러시아 파견 북 건설노동자들, 코로나와 추위에 시달려

러시아 나홋드카 인근 볼쇼이 카메니의 아파트건설 전망도.
러시아 나홋드카 인근 볼쇼이 카메니의 아파트건설 전망도.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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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계가 코로나비루스 감염으로 불안에 떨고있는 이 때 러시아에서는 북한노동자들이 한국과 러시아 합작기업이 발주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화벌이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추위와 싸우며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관련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16일 “요즘 극동지방의 한 연안도시 건설공사현장에서 130명 정도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도 철수하지 않고 러시아에 남아있던 북한 건설인력”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나홋드카 방향으로 100km정도 가다보면 중간지점에 볼쇼이 카메니 연안도시가 나온다”면서 “이 연안도시에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러시아 현지회사(즈베즈다)와 한국의 한 대기업(삼성조선) 합작으로 천연가스 운반 쇄빙선을 제작할 조선소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천연액화가스(LNG) 운반선인 쇄빙선은 모두 15척을 건조할 계획으로 나홋드카시가 진행하는 지방정부 프로젝트”라면서 “이를 위해 볼쇼이 카메니시 연안에 조선소에 종사할 인력과 한국 기업 직원들의 숙소를 포함해 1100세대 규모의 아파트 22동을 건설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원래 볼쇼이 카메니시의 아파트 공사는 러시아에서 일하던 중국인 건설인력들이 주로 일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고 러시아전역에서 코로나 비루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200여명의 중국인 노동자 중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나홋드카시 당국이 중국 인력의 철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본국으로 돌아간 후 건설 인력이 부족해 아파트 건설공사가 지지부진하게 되었다”면서 “이에 블라디보스토크의 인력모집 브로커들이 나서서 노동자들이 전부 합숙한다는 조건으로 북한 노동자 130여명을 아파트 공사장에 투입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현지인 소식통은 16일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홋드카 사이의 연안 도시 볼쇼이 카메니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북한 노동자 130여명이 일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북한당국의 지시에 따라 노동비자가 아닌 관광비자와 연수생 비자로 러시아에 머물면서 외화벌이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러시아회사와 한국의 한 대기업이 합작으로 진행하는 조선소의 종사자 규모는 대략 4만에서 5만 명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조선소에서 일할 종업원들의 주택과 한국회사 기술자들의 숙소를 건설하는 아파트 공사에 북한 노동자들이 동원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북한 노동자들은 여느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중국에서 온 외국 노동자들과 달리 아파트 건설현장에 합숙소를 마련하고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고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인력관리자의 통제하에 매일 할당과제를 맡아 일을 하면 하루 일당으로 5,000~5,500루블(한화 7만 4500원~8만원)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한 노동자들은 상당히 높은 일당을 받고 있지만 국가 현금계획 과제에다 숙식비 등을 제하고 나면 개별적으로 일당의 20프로 정도 밖에 손에 쥘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현재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의 코로나감염증이 심각한 상황이라 지방정부에서도 5명 이상 집합금지 등 강력한 방역 규정을 정하고 단속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아파트 공사장에 투입된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코로나 방역조치가 적용되지 않는지 그들은 매일 아침 6시면 어김없이 단체로 아파트 공사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내가 직접 목격했다”면서 “현재 볼쇼이 카메니 아파트 공사장에는 러시아 건설 인력은 물론 모든 외국 건설인력이 철수했는데 유독 북한 노동자들만 공사장에 남아 추위와 코로나와 싸우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의장국인 독일 대표부 대변인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위 의장국으로서 독일은 2017년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 내에 소득이 있는 북한 국적자를 모두 북한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회원국의 의무를 정기적으로 상기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