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근로자들이 유엔 안보리가 정한 철수 시한에 쫓겨 귀국하면서 “내년에 다시 온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노동 비자가 아닌 관광이나 유학, 연수 비자로 바꿔 다시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15일 “요즘 노동비자를 받아 러시아에 파견되었던 북한 근로자들은 대부분 철수했다”면서 “하지만 북한근로자들은 철수하면서 ‘내년에 다시 온다’는 말을 남기고 귀국길에 올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9월 5일 평양주재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러시아대사는 12월 22일까지 러시아에 북한근로자는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면서 “마체고라의 발표가 있은 후 북한근로자들의 철수가 본격화 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다년간 러시아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북한근로자들은 철수하면서 주변 러시아 동료들에게 ‘내년에 다시 만나자’고 공공연히 말했다”면서 “2017년에 5년짜리 노동 비자를 발급받아 러시아에 온 북한노동자들은 유엔의 철수 시한에 맞춰 일단 귀국했다가 비자의 형태를 바꿔서 다시 러시아에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난 해 말부터 새로 파견되기 시작한 북한근로자들은 1년 기한의 연수비자를 소지하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3개월짜리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연수 비자 신청서의 연수 목적을 보면 러시아어를 배운다거나 건축 현장실습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모두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한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연수생들이 연수 교육과 상관없는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면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북한당국은 건설노동자들을 아침 일찍 연수원에 보내 출석체크를 하게 한 다음 건설현장에서 일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16일 “우수리스크 일대에서 일하다 철수한 북한 근로자들은 모두가 ‘내년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면서 “지금 갖고 있는 노동비자는 문제가 되기 때문에 연수비자나 관광비자를 다시 받아서 돌아오겠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수리스크는 물론 다른 도시의 북한 근로자들도 거의 철수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유엔의 대북제재가 없을 때에도 북한근로자들은 건설공사 일감이 없는 겨울이면 일단 귀국했다가 다음해 봄에 다시 건설현장에 투입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북한근로자들은 ‘우리 같은 노동자가 러시아어를 배워서 뭘 하겠냐’면서 형식적이나마 하는 러시아어연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건축실습이란 것도 조선에서 충분히 가능한데 굳이 러시아까지 나와서 할 이유가 뭐 있겠냐는 입장을 보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일부 북한근로자들은 내년에 관광비자를 받아 다시 나오겠다며 귀국했다”면서 “주민들의 해외 관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북한에서 근로자들이 단체관광 비자를 받아 러시아에 파견된다는 것은 유엔 제재 회피를 위한 편법이 여러가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