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5월 들어서도 북한의 전력 사정은 사상 최악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예년과 달리 몇 달째 단 1초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 많다고 하는데요. 돈을 주고 몰래 전기를 훔쳐 쓰다 보니 각종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5월 들어서도 북한 북부 지방은 물론 평양의 전력 사정 역시 사상 최악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함경북도 회령시와 양강도 등 최근 몇 개월 동안 단 1초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절전 지역이 많아 김정은 시대 들어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예년에는 날이 풀리는 봄철에 전력 사정이 나아졌지만, 올해는 5월이 다 지나도록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평양 이외 지역의 주민 세대는 2~3시간, 많으면 5~6시간 공급됐는데, 지금은 1초도 들어오지 않거나 잠깐 전기가 들어오고 바로 나가거나, 또는 새벽에 조금 주는 현상이 최근 몇 개월간 지속되고 있는데요. 김정은 시대가 6년이 지났지만, 최악이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의 전력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돈을 주고 몰래 전기를 끌어쓰는 부정행위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전기 공급을 담당하는 배전부의 관리나 전기공들이 한 가구당 중국 돈 200원에 10시간, 또는 50~100원에 저녁 시간만 몰래 전기를 공급해주면서 돈벌이를 하는 겁니다. 또 간부들은 전기가 잘 들어오는 기관, 기업소 주변으로 이사하거나 집을 짓고 땅에 전선을 묻으며 도로까지 훼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 기관에 공급하는 전기를 몰래 유통하는 과정에서 합선이나 감전 등에 따른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김정은 정권에서는 공급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권력 기관이나 군부대, 중요한 생산 단위는 계속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데요. 전기사정이 나빠지면 사람들의 불만이 생기고,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돈을 주고 전기를 사려 하겠죠. 여기에서 부정부패가 생깁니다. 배전부, 전기공들이 돈을 받고 몰래 전기 공급을 하니까 사고가 생기고 화재도 발생하고, 감전사하는 사람이 생기는 등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초 함경북도 회령시와 청진시에서는 주민이 몰래 전기를 끌어쓰는 과정에서 전기 합선에 따른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함경북도 도당에서는 해당 기관과 전기공, 배전부 간부들이 참가해 '전기시설 안전관리와 불법 전기제공'에 관한 회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한편, 지방 도시 뿐 아니라 평양에서도 전기 사정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4월 말 평양에서 중국으로 출장을 나온 사업가는 "내가 사는 구역은 지난해 가을까지 하루 8시간 정도 전기가 들어왔는데 올해는 계속 3~4시간밖에 오지 않는다" "과거 김정은 위원장이 시찰했던 곳도 지난 몇 년간 24시간 전기가 공급됐지만, 최근(지난 4월)에는 하루에 7시간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최근 들어 더 나빠진 북한의 전력 사정을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전력 사정이 예년보다 더 악화한 가운데 항상 지방 주민은 다른 기관, 지역과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고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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