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교과서, ‘자유아시아방송’ 비난

북한의 '교육도서출판사'가 2013년도에 발행한 고급중학교 1학년용 '사회주의 도덕과 법' 과목의 교과서입니다.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교과서에는 '적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을 철저히 짓부수자'란 항목에서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을 비난하고, 사상 공세와 문화적 침투를 경고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이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에 사상 문화적 침투를 책동하고 있으며 사회주의권 나라의 붕괴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북한 고급중학교 3학년의 '역사 교과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7장으로 구성된 교과서의 마지막 장, '냉전 종식 후의 세계'에서도 '자유아시아방송'을 미국의 '반공화국 모략 선전을 전문적으로 하는 방송'이라며 '이 방송이 북한에 대한 사상문화 침투 책동을 집요하게 감행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과서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자유아시아방송을 소개하고, 방송이 북한 체제와 지도자를 비방하는 매체임을 강조합니다.

교과서 사진을 제공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북한은 사회주의를 포기할 수 없어요. 북한 정권의 기능이 마비된 원인이 첫째,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자들의 경제봉쇄 때문이고, 두 번째로서는 사회주의 제도를 무너뜨리려 책동한다는 선전을 해야 하는데, 그 사례로 RFA를 비롯한 문화적 침투를 비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과 자본주의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야 하고, 북한 주민의 일반 생활에서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사례로 RFA의 이름을 걸고 비판하는 거죠. 그만큼 RFA가 북한 주민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으며,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 교과서 77권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 교과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우상화에 대한 교육에 주력하면서 자본주의 사상과 문화의 유입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개정한 교과서에서도 자본주의 문화의 침투를 강하게 배척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사상통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Ishimaru Jiro] 북한도 정보가 유입되는 것이 정권 유지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봉쇄․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지 않습니까? 북한 주민이 외부정보와 외부세계를 모르는 것이 북한 정권 유지의 기본조건 중 하나인데, 자본주의 나라의 문화적 침투는 북한 당국에서 보면 그만큼 골치 아픈 일이죠. 이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겁니다.

이 밖에도 고급중학교 3학년의 역사교과서에는 '자본주의 사상과 문화의 침투 가운데에도 사회주의를 수호해 왔다'는 내용을 싣고 있으며 외부세력의 '사상문화침투'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이것을 경계․배척하기 위한 별도의 교양 과목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도 지도자로서 교과서에 교시를 실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맞게 개정한 것이 이번 교과서거든요. 내용․시기 모두 김정은 시대의 교과서입니다. 김정은의 직접적인 교시까지 게재하면서 비판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도 이전처럼 외부정보에 대한 생각은 변화가 없으며 이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이 정치학습이나 강연회뿐 아니라 학교 역사 교과서에서까지 '반동적 사상문화의 침투'를 별도로 다루는 것은, 그만큼 외부정보의 유입에 따른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가 체제 유지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은 미국 하원의 지원을 받아 뉴스와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에게 사실의 전달에 중점을 두며 한반도 주변의 소식과 논평, 기획보도 등을 하루에 5시간씩 방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