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국경봉쇄조치가 장기화 되면서 한국내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당국이 외부인과 접촉하거나 전화통화를 시도할 경우 무자비한 처벌을 가하고 있어 북한내 탈북민 가족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탈북민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요즘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잘 안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외부세계와의 전화연계가 발각되면 최고 총살형까지 처한다는 경고를 내리자 탈북민 가족을 전화로 연결해주던 전화브로커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숨어버렸다고 탈북민들은 말했습니다.
탈북민 녹음: 나는 고정선(원래 브로커)에다 하지요 그런데 옛날 같으면 전화 있는 집에 와서 전화통을 붙들고 그냥 목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하던 사람들이 요즘에는 (중국)전화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딱 움켜쥐고 있으니까.(못 하지요)
익명을 요구한 50대 중반의 탈북민 송모씨는 “소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새로 제정한 후부터 사법기관 성원들이 불심검문이나 불시에 가택수색을 벌이고 있다”면서 “한국 드라마가 담긴 알판(CD)이나 SD카드, 불법손전화기가 나오면 관리소(정치범수용소)행이나 최고 총살형까지 받을 수 있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탈북민 송씨는 “작년에는 코로나비상사태의 와중에도 한 달에 한번, 길게는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북한에 있는 가족과 안부를 주고받고 송금도 했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전화통화 자체가 여의치 않아 짧은 전화통화로 서로를 확인한 후 전화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가족과 소통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탈북민 녹음: (과거에는) 두 달에 한번, 한 달에 한번 이렇게 계속 메시지 오고, 전화 오고 하더니 작년 추석에 돈을 (보내)주고 이번에 2월달에 겨우 (전화가)찾아와서 긴말도 못하고 목소리만 확인하고 그 다음 메시지를 조금 날리고. 메시지도 그쪽에서 다 도청하는 방법이 있다고 해가지고.
작년하고 또 달라요. 작년에는 쩍 하면 올라와서 목소리를 듣고 거기(북한)소식도 알려주고 그러더니 반년동안 종적을 감췄다니까요. 그래 지난 2월달에 통화했는데. 긴 전화도 못하고 메시지로 했지요. (거기서 사는 게)힘들어요.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5일 “작년 12월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12차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하 ‘배격법’)을 새로 내온 후부터 한국영화나 노래, 불법손전화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대폭 강화되었다”면서 “특히 중국휴대전화를 이용한 외부세계와의 전화연계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처벌이 가해지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때문에 국경연선 지역에서 한국이나 중국에 정착한 탈북민들과 이곳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전화로 연계해주고 송금도 맡아 해주던 전화브로커들이 겁을 먹고 잠적해버렸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코로나사태로 우리나라 경제는 완전히 내리막길에 들어서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면서 “최고 존엄이 우리나라에는 코로나 환자가 없다고 선전했기 때문에 외부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라 그냥 앉아서 죽거나 독한 마음을 먹고 도강(탈북)하는 길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탈북민은 “아무리 북한당국이 국경을 봉쇄하고 외부와의 전화통화를 차단하려 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면서 “요즘은 당국의 불법전화 단속과 도청을 피해 메시지만 간단히 보내는 방법으로 가족과 연락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탈북민 녹음: 제가 전화가 있는 집과 통화하고 이틀 만에 (식구의 전화)가 왔어요. 그다음에 목소리를 통화(확인)하고 도청하는 소리가 나서 내가 제꺽 전화기를 꺼버리고 메시지로 했지요. 돈을 보내겠으니 돈을 받은 다음에 바로 연락을 달라고. (얼마를)'이관해요'하고 메시지를 하면 우리(가족)한테 돈을 주지.
이 탈북민은 “국경봉쇄 이후 북한의 가족과 전화연계가 한층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연락할 방법이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화연결을 해주는 브로커들도 과거에 비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송금수수료를 너무 많이 떼내는 바람에 북한의 가족이 실질적으로 받는 돈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탈북민은 그러면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코로나사태의 여파로 수입이 줄어든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과거처럼 정기적으로 송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올해 들어 탈북민의 북한가족에 대한 송금이 눈에 띠게 줄어든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민: (불법)전화를 몽땅 다 못쓰게 하고 갑자기 지금. 우리 옛날에 그 쪽(북한)에서 살 때는 아무것도 아니라지 않아요. 완전히 보위부 안전부 것들이 눈에 새빨갛게 불을 켜고 달려드니까 사람들이 전화를 쓰던 것을 딱 감춰놓고 가만히 잠자코 있지. 어디 세상에 남의 집에 무턱대고 들어가서 가택수색을 하고 그러는 나라가 어디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