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철지난 선전가요 휴대폰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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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주민들이 김정은을 찬양하는 선전가요나 최신 북한노래를 듣기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이 남한 노래를 비롯한 외국가요를 철저히 단속하자 주민들이 그에 대한 반발로 김정은 찬양 노래를 손전화에 저장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6일 “이달 초부터 109상무의 검열이 크게 강화되었다”면서 “109상무 검열조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자들을 색출한다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할지역을 순찰하며 주민들과 행인들의 손전화기를 불시에 검열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 검찰, 안정성, 보위성 등 소속 성원들로 구성된 109상무는 남조선 노래와 영화, 도서 등을 주로 단속하고 있다”면서 “신형 타치폰(스마트폰)으로 남조선 영화나 드라마, 노래 등을 보고듣거나 유포하면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며칠 전 청진시 포항구역의 109상무 검열성원인 지인이 단속현장에서 알게된 사실을 내게 전해주어 충격을 받았다”면서 “주민들이 소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타치폰에서 남조선노래는 사라졌으나 김정은 찬양노래가 아닌 난데없는 김일성-김정일시대의 노래들이 저장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109상무 검열성원은 단속현장에서 해당 주민에게 ‘왜 경쾌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은하수악단 노래는 없고 오래된 혁명가요를 담고 다니냐’고 질문했다”면서 “그러자 잠간 망설이던 주민이 ‘그 때가 그립다’고 대답하여 질문한 검열 성원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제는 주민들이 당에서 총살까지 한다며 위협하는데 누가 목숨을 걸고 남조선 노래를 타치폰에 담아 가지고 다니겠느냐”면서 “남조선 노래와 영상물을 철저히 차단해 주민들의 사상적 변질을 막고 최고 존엄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려던 것이 오히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을 가증(가중)시키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6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되고 나서 기존의 109상무 단속목차에 음성자료단속목차라는 게 신설되었다”면서 “괴뢰(남한)들의 노래, 외국노래, 만화음악, 괴뢰창법유사곡, 이색창법형상곡 등 남조선문화는 물론 외국문화를 통틀어 반동사상으로 지정하고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전화기봉사소에서 판매하는 손전화기에 기본으로 선전가요가 내장되어 있었다”면서“그런데 2019년부터 신형 타치폰(스마트폰)이 도입되고 새 전화기를 개통할 때 최고 존엄을 칭송하는 즐겁고 발랄한 선율의 은하수악단 최신곡을 현금으로 구입해 저장하도록 하고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실제로 국가가 정보통신국을 통해 주민들에게 ‘우리 원수님’과 같은 김정은 칭송 노래를 듣고 부를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주민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너를 보며 생각하네’ 등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구시대 노래를 타치폰에 저장함으로써 109상무가 단속할 경우 ‘이것도 우리 노래이지 않냐’라고 항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사실 전화기봉사소에서 판매하는 국가지정곡은 한 묶음(90~100곡)당 매월 우리돈 500원으로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주민들, 특히 청년들은 전화기 봉사소에서 추천하는 국가지정곡을 거부하고 차라리 시대에 뒤떨어진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구식 노래들을 저장함으로써 당국의 단속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고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