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재활용품으로 만든 제품 외면

0:00 / 0:00

앵커: 심각한 자재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당국이 경공업 공장들에 공장 부산물이나 재활용품을 이용한 생필품 생산을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은 극심한 물자 부족 속에서도 재활용품으로 만든 생필품은 외면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공업성 간부 소식통은 1일 “요즘 함경북도 내 경공업 공장들이 8.3제품(김정일이 1984년 8월 3일 평양의 경공업제품 전시장에서 생산 부산물과 폐기물을 활용해 생활필수품을 만들라고 지시하여 붙여진 이름) 생산을 위해 가동을 시작했다”면서 “이는 지난 8차 당 대회에서 최고 존엄이 경공업 부문의 원자재 국산화, 재자원화(재활용)를 경공업 발전 방향으로 제시한 이후 중앙당의 지시로 시작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위(중앙당)에서 5개년 계획 기간에 국영 상업 체계를 회복하고 국산 생필품 판매를 정상화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경공업 제품의 생산 및 품질 향상을 다그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의 (경공업)공장들은 극심한 생산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공장 간부들 속에서 8차당대회 결정 과제는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은 각 도별 경공업 공장들에 생산과제를 내리 먹이는 것을 넘어 서로 생산실적 경쟁을 하도록 붙여 놓았다”면서 “주기적으로 생산 결과 총화를 받아야 하고 이를 다른 공장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공장 간부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최근 한 공장의 간부(지배인)는 생산재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 에서 외국산 원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순수 우리 제품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공장들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관념적 요구라며 불만을 드러냈다”면서 “국가가 아무리 간부들의 목을 조인다 한들 그것은 마치 마른 장작에서 물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자강도의 한 경공업부문 간부 소식통은 같은 날 “최근 우리 도 내 경공업 공장들이 8.3제품 (생산 부산물과 폐기물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대대적으로 생산할 데 대한 당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해 의류 생산을 시작했다”면서 “공장들이 8.3제품으로 의류를 생산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생산원자재가 없어 일반 제품은 만들 수가 없고 국가 수매소를 통해 고포(낡은 천)나 겨우 조달받을 수 있는 형편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들은 수매소에서 조달된 헌옷을 뜯어낸 고포를 우라까이(뒤집어 사용하는 것)해서 옷을 만든 다음 국영상점에 공급함으로써 생산 실적을 인정 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요새 상점에 입고 된 8.3 의류제품을 보면 아무리 우라까이했다지만 헌옷 원단의 노후상태가 분명하게 눈에 띄기 때문에 주민들이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공장들마다 힘든 과정을 거쳐 8.3제품을 만들어 내지만 이미 중국산이나 일본산, 남조선산 옷이 눈에 익은 인민들이 누더기로 만들어진 8.3제 옷을 거들떠나 보겠냐”면서 “경공업 공장들도 위(당)에서 지시하니 어쩔 수 없이 관철하고 있을 뿐, 아무리 눅은(저렴한) 가격에 판매해도 국영상점에서 8.3제 의류를 사는 주민은 아직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난 당 대회에서 최고 존엄이 경공업은 인민들의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에 있어 절대적인 몫을 차지한다고 언급했다”면서 “그러나 당에서 기대하는 것과 달리 경공업 공장에서 출고되는 8.3제품은 현재 인민들로부터 노골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지난 1월 북한 노동당제8차대회에서는 경공업 부문에 원료 자재를 원만히 보장하여 인민소비품 생산을 늘릴 데 대한 내용이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로 상정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