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아파트공사로 갈 곳 잃은 철거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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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양시 1만호주택건설이 본격 시작되면서 공사지역에 살고있는 철거민(원주민)들의 고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이 서둘러 착공하면서 철거민 이주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아 원주민들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창고를 세내어 새우잠을 자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0일 “평양시 외곽의 1만호주택건설 택지에서 원래 살고있던 민가들의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면서 “대동강구역 소룡2동 1반부터 4반까지는 지난 9일까지 철거작업을 끝마쳤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얼마 전 평양시 건설당국이 동사무소와 인민반을 통해 철거공지를 원 거주민들에게 전달한 바가 있다”면서 “하지만 원주민들은 당국이 제시한 기한 내에 자체적으로 새 거처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저마다 아우성을 치며 당국에 하소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건설당국에서 공지한 철거일이 다 되도록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일부 가구들은 이삿짐을 싸놓고 갈 곳이 없다며 동사무소와 인민반 등을 찾아다니며 철거일 지연을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철거 당일 마을에 투입된 돌격대원들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이라면서 짐을 채 빼지 못한 상태에서 가정집들의 철거를 강행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울부짖으며 항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1만세대주택건설로 인해 한순간에 오랜 세월 살던 집을 잃은 주민들 속에서는 가족이나 지인 등을 찾아다니며 동거집 (매달 월세를 내고 동거하는 집)을 구하느라 북새통을 떨었다”면서 “그러나 철거민 가구가 워낙 많아 동거집을 구한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10일 “평양시 사동구역 일대에서 1만세대 살림집건설로 인한 민가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동구역 두루동의 경우 어제(9일)까지 1동, 2동, 3동은 철거가 끝난 상태”라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두루2동에 살던 한 지인은 철거로 인해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었지만 그나마 멀지 않은 곳에 부모님과 친인척들의 집이 있어 일시적으로 동거살이가 가능해 천만다행이라며 안도했다”면서 “하지만 어디에서도 도움 받을 데가 없는 철거민들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가 되어 남의 집 창고라도 한 칸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현재 평양시 외곽에서 주택 동거비용은 살림집의 경우 한 달에 중국 민폐로 100위안, 창고 칸의 경우 30위안이다”라면서 “매달 100위안도 큰 부담이 되는 어려운 일부 철거민 세대들은 세 식구가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창고 칸을 구할 수만 있어도 다행으로 여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1만호 살림집이 들어설 외곽지역 원주민들은 살림집이 완공되었을 경우 들어갈 수 있는 입사증을 받았다고 하지만 새 살림집이 언제 완공될지도 모르는데다 당장 들어가 살 거처도 보장해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쫒겨나는 신세가 되었다”면서 “철거지역의 집과 토지는 다 국가소유인데다 평양 외곽(변두리) 주민들은 힘없는 보통 시민이어서 당국에 변변하게 항의도 못하고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최고 존엄이 수도 평양에 5만세대의 현대적인 살림집을 건설하는 것은 수도시민들에게 보다 안정되고 문명한 생활조건을 제공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선포했다”면서 “그러나 옮겨갈 거처도 마련하지 못한 철거민들을 마구잡이로 내쫓는 당국의 살림집 속도전건설이 과연 수도 시민을 위한 것인지, 체제 선전과 치적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