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사법기관 성원들이 일터에 나올 때 소지품(가방)을 휴대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변또(도시락)를 가방에 싸들고 다니던 보위원들과 안전원들은 이제 점심식사를 반드시 구내식당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7일 “이달부터 도안의 사법기관 소속 성원들은 변또를 싸오지 말고 각 기관의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해야 된다”면서 “이달 초 도 안의 보위부와 안전부들에 소속 성원들의 점심식사를 내부(구내) 식당에서 반드시 보장하라는 보위성 및 보안성의 지시가 하달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의 보위부와 안전부들에는 원래 소속성원의 식사를 보장하는 내부(구내) 식당이 구비되어 있었다”면서 “그러나 식량문제가 어려워지면서 내부 식당이 점차적으로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고 사법 일꾼들은 변또를 싸들고 출근하거나 외부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이 사법기관 일꾼들에게 가방을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지시한 이유는 내부 기밀문서가 외부로 유출되는 사건이 빈발하기 때문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중앙으로부터 이 같은 지시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사법 간부들은 ‘이제 우리(사법간부들) 마저도 믿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가방을 갖고 다니지 못한다고 해서 기밀문서 유출을 막을 수 있겠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지난 달 까지만 해도 사법 일꾼들은 대부분 출근할 때 변또가 든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면서 “하지만 요즘에는 가방을 들고 직장에 다니는 사법일꾼들은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사법기관들이 자체로 내부식당을 운영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도보위부 식당에서는 점심식사로 국수 1그릇씩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내부식당에서 제공하는 국수는 성인의 한 끼 식사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어서 사법일꾼들은 외부로 나가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사법간부 소식통은 18일 “얼마 전 시안전부에 안전원들을 비롯한 사법일꾼들에게 점심 식사 한 끼는 내부 식당에서 해결하라는 안정성의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이는 안전부 출입자들의 가방 등 개인 소지품에 폭발물이나 총기 등 위험물질이 반입되어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내려진 조치”라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사태의 장기화로 경제불황과 국가적 식량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사법기관 일꾼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라는 중앙의 지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면서 “안전부 내부에서는 변또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아 편해졌지만 사법일꾼들조차 국가의 신뢰를 잃은 것 같아 상실감이 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부 사법간부들은 국가가 우리를 의심한다면 앞으로 누구를 믿겠다는 것이냐면서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십 수년간 안전부에서 종사해 온 한 사법간부는 사회질서와 보안을 위해 주민들의 가방은 셀 수 없이 단속했지만 내 개인 가방을 단속 받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그동안 사법기관 성원들의 극단적 권위와 절대적인 조력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체제를 존속시켜 왔다”면서 “하지만 오늘날 당국이 보위부, 안전부 일꾼들마저 의심하는 것은 체제보위를 일선에서 떠받치는 사법기관의 권위를 명백하게 무시하는 것으로 앞으로 사회질서는 더욱 혼란스러워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