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화교 비난 자제’ 강력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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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중국을 비방하거나 중국인을 비하하지 말라고 조직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중국 화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다 적발될 경우 사상투쟁회 무대에 세우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1일 “요즘 도당위원회의 지시로 신의주시 각 지역 인민반별로 주민회의가 열리고 있다”면서 “인민반 회의의 주요 안건은 중국에 대한 비난 및 비방을 철저히 금지할 데 대한 내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속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인(화교)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나 경계심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화교들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비난과 비방이 있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화교 보따리 무역상들이 주민들에게 중국 상품을 팔면서 크고 작은 갈등과 분쟁이 이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화교를 ‘똥떼놈’(화교를 비하하는 호칭)이라고 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일부 주민들은 중국이 사회주의 형제국임을 자처하면서 우리나라가 경제적 곤경에 처해있는데도 경제 지원을 찔끔찔끔 하는 행태에 대해 중국지도부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면서 “지난 날 당국에서도 ‘중국을 너무 믿지 말라’면서 주민들의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존과 기대감을 경계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 요즘 중앙의 지시로 전국적으로 주민회의를 소집하고 중국에 대해서 일체의 비난을 금지한다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화교들을 ‘똥떼놈’이라고 비하하다 발각될 경우 사상비판무대에 세우고 조직적으로 문제시 하겠다며 중국인에 대한 어떤 형태의 비하도 금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곧 중국의 지원물자가 대대적으로 들어오는데 이는 습근평주석의 직접 지시에 의해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중앙에서 우리나라의 식량, 건설, 영농자재 등 무엇 하나 자체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 보니 중국의 도움이 불가피해지자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비난을 금지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용천군의 한 주민소식통은 20일 “요즘 용천군 당에서 화교들에 대한 비난 발언을 절대 삼가라는 지시가 각 인민반에 포치되었다”면서 “특히 화교를 비하하는 말인 ‘똥떼놈’이라는 말을 일체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에 대한 비난이나 화교에 대한 비하발언을 당에서 조직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최고존엄이 중국의 습근평 주석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현재 나라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조선의 숨통이 중국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민은 없다”면서 “일부에서는 자식들이 부모를 잘 못 만나면 고생을 면치 못하듯이 시종 중국에 의지하고 비위를 맞춰야만 하는 조선의 인민들이 그 신세와 다를 바가 뭐 있느냐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코로나사태로 조-중국경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용천군의 화교들도 지난 1년여동안 현지주민들과 똑같은 생활고를 겪었다”면서 “오히려 일반 주민보다 더 어렵게 살면서 위축되었던 화교들이 요즘 국경 재개 소식과 함께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는 분위기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지난 2015년 중국당국은 류윈산 상무위원의 북한방문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 당시 중국 네티즌들이 김정은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하던 ‘진싼팡’(김씨 일가의 뚱보 3세)라는 단어를 중국 인터넷에서 전면 차단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