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장들, 농기계 없어 농번기에 손 놓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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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협동농장들이 농기계의 노후화와 연유 부족으로 파종을 위한 밭갈이도 마무리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사철이 한창인데도 영농자재 부족으로 파종을 못해 올해 농사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농업간부 소식통은 21일“요즘 함경북도 농촌경영위원회는 도내 농장들에‘국가의 미래가 농사에 달려있다’며 농사에 온 힘을 쏟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농사작전을 잘 짤데 대한 8차당대회의 결정 관철을 위해 각 농장마다 농사차비를 제때에 결속지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 청암구역 일부 농장들은 파종 시기에 맞춰 시작된 밭갈이 전투가 전혀 진척되지 않아 정해진 날짜에 파종을 끝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밭갈이 목표 미달의 가장 큰 원인는 농장이 소유하고 있는 밭갈이 용 소들이 영양부족으로 심하게 야위고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 21세기 세상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기계가 비료를 뿌리고 직승기(헬기)가 농약을 친다는 소문이 퍼져 이를 전해들은 농장원들은 모여 앉아 한숨만 쉬고 있다”면서 “일부 농장원은 그런 (다른 나라의 농사법) 소문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냐며 신세 타령을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위(중앙당)에서는 정해진 파종시기에 맞춰 반드시 밭갈이를 끝내라며 매일 다그치고 있지만 농장간부들도 농장원들을 무조건 닥달할 수만도 없는 처지”라면서 “농장이 보유한 뜨락또르(트랙터)들은 워낙 노후해 쓸모가 없고 설사 쓸 수 있다고 해도 1970년대에 제작된 기계들이라 연유 소비량이 엄청나 사용할 수가 없는데 농장들이 소유한 부림소(일소)들도 힘을 쓰지 못하는 판에 순전히 인력으로 밭을 가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처럼 심각한 협동농장들의 사정을 파악한 당국에서는 뒤늦게 중국으로부터 영농기계를 조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들여올 영농기계는 소형 다목적 뜨락또르(경운기)로 알려져 있어 그나마 농민들이 새로 들여올 영농기계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경성군의 한 농업관련 소식통은 20일 “우리 군의 주요 농경지들이 밭갈이를 시작한지 한참 되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의 밭을 갈지 못하고 있다”면서 “밭갈이가 안 돼 일부 품종들은 파종 적기를 놓쳤고 일부 품종은 파종이 임박해 있어 농장원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경성군 협동농장들이 밭갈이를 마치지 못한 이유는 밭갈이용으로 사용되던 뜨락또르(트랙터)들이 노후화와 잦은 고장으로 대부분 가동을 멈추고 그냥 세워져 있는 고철덩이가 되었기 때문”이라면서 “한 두대 가동이 가능한 뜨락또르도 있지만 연유(디젤유)가 턱없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신식 소형뜨락또르(경운기)와 비닐박막, 농약이 지원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면서 “소식을 전해 들은 농장원들 속에서는 비닐박막도 좋고 농약도 좋지만 무엇보다 먼저 뜨락또르가 지원되어 밭갈이를 제때 마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번에 중국이 지원한다고 알려 진 소형 뜨락또르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대형 뜨락또르에 비해 기름이 4분의 1가량 들지만 기능이 다양하고 성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중국에서 농기계가 온다는 소문이 부디 뜬 소문이 아니기를 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농장관리위원회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제8기2차전원회의에서 제시된 농업부문 정책 방향을 강조하며 알곡 생산의 최대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파종이 임박한 현재까지 밭갈이조차 마치지 못한 농장들이 무슨 수로 알곡생산 과제를 초과 달성하겠냐면서 오로지 중국산 소형 뜨락또르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