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 축소 지시로 주민생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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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지역마다 설치되어 있는 장마당을 대폭 축소해 주민들의 생계 활동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종합시장 성격의 장마당들이 농축산물 시장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6일 “이달부터 평양시 안의 각 구역에서 그동안 운영되던 시장들이 대폭 축소·변경되고 있다”면서 “기존의 종합시장 역할을 하던 장마당들이 농축산물만 거래할 수 있는 농산물 전문시장으로 축소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10일 평양시의 각 구역마다에 지역별 종합 장마당을 축소·변경한다는 내용의 지시가 인민반들을 통해 하달되었다”면서 “각 인민반들에서는 일제히 주민회의를 열고 장마당 이용에 대한 중앙의 지시를 주민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금까지는 평양의 장마당은 종합시장으로서 ‘고양이 뿔을 제외하고는 다 있다’고 할 정도로 필요한 물건은 뭐든 구입할 수 있는 만물상과 같은 곳이었다”면서 “그런데 이달부터 식량이나 남새(야채), 닭, 토끼와 같은 농축산물만 거래할 수 있다는 장마당 축소 지시가 내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장마당 축소지시문은 농축산물을 제외한 의류, 신발, 그릇 등 공산품은 다 해당 지역의 국가수매상점에서만 팔도록 지정했다”면서 “공산품은 수매상점에 상품을 도매가로 넘긴 다음 지역의 은행을 통해 물품대금을 받도록 되어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시문에는 또 만약 새로운 장마당 이용 지시를 어기고 개인들이 장마당에서 직접 공산품 거래를 하다가 발각될 경우 상품은 무상몰수하고 추방조치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접한 주민들은 수매상점에 물건을 넣고 은행을 통해 물건대금을 받으라는 당국의 지시는 국가가 개인들의 장사행위를 가로채 수익을 갈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청진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5일 “이달 10일 청진시 모든 구역에서 운영되는 종합장마당을 농축산물 장마당으로 축소, 변경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청진시 내 각 구역에서는 11일 장마당 이용에 관한 중앙의 지시를 철저히 지킬 데 대한 주민 강연 및 인민 반 별 주민회의가 진행되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장마당 이용에 관한 주민 회의에서는 그동안 농축산물과 공산품, 수산물 등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던 장마당들을 앞으로는 농축산물만 거래할 수 있는 농산물장마당으로 축소·변경한다는 내용이 선포되었다”면서 “회의에서는 또 장마당에서 거래되던 공산품의 경우 지역 수매상점에 도매가로 입고 한 후 상점을 통해서만 판매되며 주민들의 개인간 공산품 거래가 발각될 경우 무상몰수는 물론, 엄중히 처벌할 것을 경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 같은 당국의 지시가 내려지자 주민들 속에서는 국가가 생계를 위해 활동하는 개인장사꾼들의 이윤까지 나눠 먹겠다고 꼼수를 부리는 걸 보니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한계에 달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돌고 있다”면서 “또 일부 주민들은 국가가 몇 푼의 이익을 얻기 위해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는 주민들의 마지막 숨통마저 조이고 있다며 이번 장마당 이용에 대한 중앙의 지시에 실망과 함께 분노를 드러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