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민, 전력공급 정상화에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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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당국이 평양시에 한해 24시간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시민들은 정상적인 전기공급을 반기면서도 대부분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남아도는 전기가 민생용으로 전환된 것이라는 사실에 씁쓸한 표정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 은정구역의 한 주민소식통은 29일 “이 달 중순부터 평양시에 24시간 전기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언제든지 전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그동안 중구역, 평천구역, 모란봉구역 등 평양시 중심 구역과 특정 구역에 한정되었던 24시간 전기공급이 평양시 전역으로 확대되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그동안 심각한 전력난으로 평양에서도 중심구역을 비롯하여 만수대 언덕과 주체사상탑, 류경호텔 등 일부 특정 지역에만 24시간 전기가 공급되었다”면서 “그 밖에 은정구역, 력포구역, 락랑구역, 대성구역과 같은 외곽 구역에서는 하루에 길게는 5~6시간, 짧게는 2시간 정도만 전기공급이 이루어져 평양시도 밤이면 중심지의 특정구역을 제외하고는 불빛 하나 없는 암흑천지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2017년부터 극심해진 전력난에 하루에 짧은 시간 전기가 들어올 때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어둠 속에서 불편하게 생활해야 했던 평양시민들은 24시간 전기공급을 매우 반기는 분위기”라면서 “일부 주민들은 밤만 되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살았는데 이렇게 밝은 밤을 맞게 되니 꿈만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하지만 이번 평양시 전역에 대한 24시간 전기공급이 평양소재 공장 기업소들이 가동을 멈춰 전기가 남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면서 “평양소재 대부분의 공장, 기업소들이 자재와 원료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남아도는 전기가 민생용으로 전환된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 서성구역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평양시 전역에서 24시간 전기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모처럼 밝은 세상을 본다며 기분이 들떠 있다”면서 “이달 중순부터 24시간 전기가 공급되고 있지만 시민들은 이러다가 언제 또 전기공급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일말의 불안감도 내비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전기공급이 원활해 진 후 시민들은 전기가 잘 들어오니 이제야 비로소 평양시민인 것을 실감한다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면서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전기가 잘 들어오는 것이 사실상 평양의 공장 기업소들이 하나 둘씩 죽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무턱대고 좋아할 수 만도 없다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일부 간부들은 평양시 전역에 24시간 전기를 공급해주게 된 것은 최고존엄이 지난 2월에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전력부문에 대해 특별히 지적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하지만 평양 소재 공장 기업소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은 가동을 멈춘 공장 기업소에서 남는 전기가 우리(주민)에게 차례진 것뿐이며 이번 24시간 전기공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전력부문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시민들이 이번 24시간 전기공급만을 놓고 우리나라의 전력난이 좋아진 것으로 짐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면서 “원료, 자재가 없어 종업원들이 출근부에 도장만 찍고 종일 시간만 때우다가 퇴근하는 평양시내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의 형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현재 평양시내에는 코로나사태의 여파로 자재난에 시달리며 형식적으로 문만 열어놓고 가동을 중단한 공장, 기업소들이 수두룩하다”면서 “수많은 공장들이 가동을 멈춘 대가로 우리가 24시간 전기공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