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농장들이 수확을 앞 둔 보리밭을 지키기 위해 자체 경비를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도시의 꽃제비들이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농촌지역의 채 여물지 않은 보리이삭을 모조리 훔쳐가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의 한 주민소식통은 1일 “보리고개의 막바지인 6월이 되면서 청진시 청암구역에서는 식량이 떨어진 주민들의 탄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면서 “도시의 식량난이 극에 달하자 길거리에서 떠돌던 꽃제비들도 먹들 것을 구할 길이 없어 농촌지역으로 이동해 밭에서 익어가고 있는 보리이삭을 훔쳐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암구역 안에 있는 여러 협동농장의 보리밭과 개인 소토지의 보리밭을 막론하고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는 보리이삭절도로 청암구역내 농장들에서는 하루라도 방심하다가는 수확도 하기 전에 보리밭이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돌고 있다”면서 “이에 협동농장의 농민들은 물론 개인 소토지 주인들까지 보리밭을 지키기 위해 경비조를 무어 교대로 밤샘 경비를 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최근 며칠 사이에 일어난 보리이삭절도 사건은 대부분 도시에서 방랑하던 꽃제비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도시에서는 더 이상 먹을 것을 구할 수 없게 된 꽃제비들이 떼를 지어 농촌으로 밀려와 한창 여물어가는 보리이삭을 싹쓸이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개인 뙈기밭에 심은 보리를 몽땅 도둑맞은 청암구역의 한 농부는 ‘보리라도 추수하게 되면 배고픔을 면할 수 있을까 보리수확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리고개를 견뎌왔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면서 “농민들은 언제 또 꽃제비 무리가 들이닥칠까 두려운 마음에 날이 밝아도 보리밭을 떠나지 못한다며 괴로운 심정을 호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황해북도의 한 농업부문 소식통은 2일 “최근 봉산군의 여러 농장들에서는 한창 익어가고 있는 보리밭을 지키기 위해 순찰대가 무어져 주야로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도 내 여러 지역에서 보리이삭 절도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각 농장 관리위원회에서 매 작업반마다 두 명씩 조를 무어 주야교대로 보리밭을 지킬 것을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몇일 전 봉산군의 한 농장에서 두 명의 절도범이 대낮에 농장 포전에 달려 들어 낫으로 보리이삭을 마구 베어내다가 잠복해 있던 농장경비원들에 붙잡히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농장관리위원회에 끌려 간 두 명의 절도범은 10대 청소년들로 황해북도 내 여러 장마당을 전전하며 방랑하던 꽃제비들로 밝혀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채 여물지도 않은 보리이삭을 베어가는 절도범들은 대부분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꽃제비들”이라면서 “그들의 처지는 매우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지만 농민 입장에서 보면 보리고개를 넘길 자체식량확보와 국가의 알곡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이들 꽃제비들을 엄격히 단속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보리밭을 지키기 위해 일부 농장들은 국방색 적위대 복장에 목총을 멘 농장원들이 보리밭을 지키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김일성, 김정일 시기 식량사정이 아주 어려웠던 때에도 없었던 이런 광경은 오늘날 우리나라(북한)의 식량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