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양강도 일대 국경지역에서 불법손전화(중국휴대전화) 단속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당국은 보위성 직속 보위대학 졸업반 학생들을 혜산시 일대에 집중 투입해 불법손전화 사용자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9일 “요즘 양강도 혜산시내에는 불법손전화로 중국이나 남조선과 국제전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보위성의 단속이 대폭 강화되었다”면서 “5월부터 시작된 이번 불법전화 단속은 국가보위성 주관으로 혜산시 보위부 검열성원들은 물론 보위대학 졸업반 학생들까지 투입되어 여느 때보다 강력한 단속을 펼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시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번 단속에 추가로 투입된 보위대학 졸업반학생들이 누구인지, 몇 명이 어느 지역에 투입되었는지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면서 “국가보위성이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만 선발해 이번 단속에 투입한 이유는 단속에서 성과를 낼 경우, 상급 기관에 우선 배치해준다는 원칙을 정해 치열한 단속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코로나사태 발생 이후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양강도 주민들은 보위부의 서슬 퍼런 단속이 집중되고 있는 와중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외부와의 연결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면서 “외부 송금이 없으면 여기에 있는 가족들이 굶어죽게 생겼는데 목숨을 걸고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외부의 가족들을 찾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국가보위성은 최신 감청, 도청 장비를 휴대한 보위대학 학생들을 행인으로 위장해 국경연선 지역에 파견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주민들은 단속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전화 연결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데 그들에게는 외부세계에 있는 가족의 도움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혜산시에는 보위부의 불법국제전화 단속으로 전례 없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국가보위성이 국제전화 연계가 가장 빈번한 우리(혜산) 시 외에도 도내 여러 지역에 졸업을 앞둔 보위대학 학생들을 파견해 집중 단속을 펴고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과거에는 중국이나 남조선과 불법 손전화로 연계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많이 내고 뇌물을 고이면 책벌이 무마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불법전화연계를 국가보위성이 직접 장악하고 단속하게 되면서 남조선은 물론 중국과의 전화연계가 적발될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전화브로커는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갈 수 있고 통화자들은 무조건 교화형에 처해지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 북조선 전 인민이 식량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혜산시 주민들도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면서 “국가배급이 완전히 사라지고 코로나감염증 사태로 국경이 원천 봉쇄되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최근 남조선과 전화통화에 성공한 한 주민은 목숨을 내 걸고 국제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온 가족이 며칠을 굶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면서 “당국에서 보위대학 졸업반 학생들에게 출세길을 보장한다며 주민들의 불법손전화 단속에 동원하고 있지만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주민들은 외부세계에 나가 있는 가족들 밖에 의지할 데가 없어 불법전화연결을 완전히 근절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