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는 북 청소년 자본주의식 옷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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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 10대 청소년들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의 옷차림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에서는 이 같은 청소년들의 옷차림을 자본주의 날라리풍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계속해왔지만 최근 다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이런 옷차림이 확산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내부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량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0일 “요즘 혜산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남조선 젊은이들의 옷차림을 따라 했다가 규찰대의 단속에 걸려 벌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주된 단속 대상은 나팔바지나 짐바바지(청바지), 무주름 바지(주름이 없는 통바지), 쫑대바지(몸에 달라붙는 바지), 몸매가 드러나는 상의 등을 입은 사람들”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당국에서 남조선이나 자본주의식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면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있다”면서 “그것은 남조선 젊은이들의 옷차림을 따라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이라는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에는 주로 고급중학교과정을 졸업한 성인 처녀들이 외국옷을 입고 단속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성인 비율보다 청소년들의 비율이 더 많다는것이 소식통의 증언입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금까지 조선에서는 사회주의 사상을 고수한다며 구태의연하고 옛날식 옷차림을 하고 다닐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젊은 세대들, 특히 10대 청소년들 속에서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전파된 남조선식 옷차림이 유행하고 있어 이를 통제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며칠 전 혜산역 부근에서 일명 미국 자본주의 문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짐바바지를 입고 다니다 단속에 걸린 두 명의 10대 여학생들을 목격했는데 그들은 16살의 고급중학교 학생들로 밝혀졌다”면서 “이들을 단속한 규찰대원은 가방에서 큰 가위를 꺼내더니 학생들이 입고 있던 바지의 측면을 마구 잘라낸 후 길거리에서 손을 들고 1시간 벌을 서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보통 옷차림때문에 단속에 걸린 청소년들은 한 번 단속과 처벌을 받았다고 반성하거나 그런 옷차림을 그만두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남조선식 옷차림으로 여러 번 단속을 받으면서도 청소년들 대부분은 ‘옷을 멋지게 입고 다니고 싶은데 멋진 옷을 입는 것이 왜 처벌받을 일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국의 단속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1일 “요즘 단천시 일대에서 자본주의 날라리풍 옷차림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단속을 맡은 규찰대원들이 관할 지역을 돌며 쫑대바지나 짐바바지, 무주름 바지,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은 사람들을 붙잡아 옷을 찢고 체벌을 주고 있어 지나가는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단천시에서 옷차림 단속 규찰대 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내 친척이 ‘요즘 10대 아이들은 자본주의 날라리풍에 워낙 심하게 빠져있어 이를 통제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단속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면서 “예전에는 20대들 속에서 주로 나타나던 자본주의 날라리풍 문화가 최근에는 10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단속 당하는 옷차림은 무주름 바지(주름이 없는 통바지)와 미국문화의 상징인 청바지가 대부분”이라면서 “청소년들은 무주름 바지를 입으면 단속에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때문에 외출하기전 요밑에 한 시간씩 깔아놓아 주름을 만든 후 입고 나오지만 이렇게 세워진 주름은 한 두 시간 내에 인차 펴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단속 당하게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며칠 전 무주름 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규찰대에 걸린 한 고급중학교 학생이 집에서 (바지에) 주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금방 펴졌다며 거세게 항의했다가 규찰대원에게 뺨을 맞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현장에 있던 일부 주민들은 ‘10대들이 저렇게 고초를 겪으면서도 외부세계의 옷차림을 따라하는 것을 보면 청소년들의 옷차림에 대한 욕구를 막는다는 건 손으로 모래를 움켜쥐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에서는 규찰대까지 동원해 청소년들의 옷차림을 단속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멋을 추구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욕구와 충동은 더 커지는 것 같다”면서 “남조선이나 미국식 옷차림을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며 단속, 체벌하는 것은 당국이 외부문화에 비해 우리식 사회주의 문화가 그만큼 열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니겠냐며 주민들은 비아냥거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사작성 박정연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