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공안, 탈북자 잇따라 체포…탈북자들 불안에 떨어

0:00 / 0:00

앵커: 중국 일부 지역 공안이 오래 전 탈북해 중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있는 탈북여성들을 갑자기 체포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한순간 아내와 엄마를 빼앗긴 중국 가족들은 공안에 눈물로 호소하고 있지만 그들이 다시 가족의 품에 돌아오기는 어렵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자세한 소식, 박정연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 길림성(지린성)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12일 “지난달 부터 길림성 곳곳에서 탈북 여성들이 공안당국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연일 들리고 있다”면서 “체포된 탈북여성들은 대부분 오래전 탈북 해 중국인 남편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살아 온 사람들이기에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달 초 길림성 퉁화(통화)시의 한 마을에서 30대 후반의 탈북 여성이 갑자기 집에 들이닥친 공안에 의해 체포되어 수용소로 끌려갔다”면서 “이 여성은 탈북 후 해당 마을에서 10년 가까이 살면서 중국인 남편과 가정을 꾸렸고 어린 자녀까지 두고 있는데 그녀가 탈북자라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동네에 알려져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신고되거나 체포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마을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그녀는 그동안 갓 탈북해 의지할 데 없는 탈북자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제공하고 숙소와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그녀는 탈북자들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도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는 심성이 착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체포 소식에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공안은 그녀에게 인신매매 죄를 씌워 체포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도무지 그녀에게 적용된 죄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자신의 탈북 경험에 비추어 탈북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돕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탈북자를 후원한 것이 공안의 눈에 밉보여 그녀에게 탈북자 인신매매조직과 연계되었다는 혐의를 씌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녀는 중국인 남편 사이에서 낳은 9살 된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가 매일 엄마를 부르며 울부짖고 있어 마을 사람들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다’며 공안에 그녀를 풀어주도록 청원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7월 한 달에만 퉁화시에서는 탈북 후 오랜 기간 중국에 정착해 잘 살고있던 북조선 여성이 두 명이나 체포되어 수용소로 끌려갔다”면서 “이에 이웃 주민들은 ‘자식까지 낳고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죄를 씌어 잡아가면 엄마 없이 남겨 진 아이는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공안당국의 비인도적인 처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료녕성 심양(선양)시의 한 조선족 소식통은 10일 “최근 심양시 곳곳에서는 탈북한 북조선 사람들이 공안에 체포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탈북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면서 “지난 7월초부터 공안당국은 탈북자들의 주거지에 불시에 들이닥치거나 일터까지 찾아가 체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7월 중순, 친하게 지내는 조선족 동생이 심양역 부근 식당에서 일하는 자신의 연인(여자친구)인 탈북여성이 오후 6시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다며 밤에 다급히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그런 일이 있은지 4일 후 연락이 끊겼던 탈북 여성이 식당에서 일하다가 공안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실신해 3일 째 수용소 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탈북여성은 자신이 현재 공안의 눈을 피해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빌려 비밀리에 연인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수용소에는 자신 외에도 10여명의 북조선 여성들이 갇혀있다고 전했다”면서 “전화를 끊기 직전 그 여성은 이번에 잡혀가면(북송)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으니 부디 잘 지내라는 말을 남겨 동생은 한 달이 넘도록 눈물로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7월부터 이달 초까지 심양지역 곳곳에서 북조선 사람들이 체포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 탈북 후 오랜 기간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자들은 물론 그들과 결혼한 중국인 가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공안이 담당지역에 탈북자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체포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탈북자들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체포하고 있어 탈북자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지난달 22일 현재 중국에는 최소 1천170명의 탈북민이 구금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린성 창춘교도소의 남성 탈북민 450명을 비롯해 두만시 325명, 장백현 47명, 지린성 린장시 104명, 단둥 180명, 그리고 랴오닝성 선양에 64명 등의 탈북민들이 갇혀 있다며 이들이 구출해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