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해 송금거래등을 중계하는 전화브로커들이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사태와 큰물피해 등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주민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이나 중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4일 “요즘 들어 양강도에서는 탈북민과 그 가족을 전화로 연계해주고 송금도 중계해주는 전화브로커들이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면서 “올 초부터 크게 강화된 전화브로커들에 대한 단속과 강력한 처벌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전화브로커들이 활동을 재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탈북민 가족들이나 브로커 자신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여기(북한)는 현재 코로나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난에 큰물피해까지 겹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먹고 살기가 힘든 상황에서 더 이상 손 내 밀 곳이 없는 탈북민가족들로서는 남조선이나 중국에 있는 가족만이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탈북 후 해외에 정착한 가족이 있는 탈북민가족들은 굶주리다 죽는 것보다는 목숨을 걸고 해외의 가족에 연락해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는 각오를 한 것 같다”면서 “탈북민 가족과 전화 중계인들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대폭 강화되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던 전화브로커들이 서서히 전화연계활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과거 송금액의 30%였던 송금 수수료가 50%까지 치솟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처럼 송금 수수료가 크게 뛰어 올랐지만 탈북민가족들은 절반만이라도 좋으니 제발 외부에 있는 가족과 연계해달라고 전화 브로커들에게 애원한다”면서 “브로커들 역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돈이 되는 브로커 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에서는 비사그루빠들을 국경지역 전역에 배치하고 탈북민 가족과 브로커 단속에 여전히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생계의 어려움으로 극한의 상황에 처한 주민들과 브로커들은 살아 버티기 위해 해외에 있는 가족들과 연계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주민소식통은 23일 “이달 초부터 무산군에는 남조선이나 중국에 나가 있는 탈북민과 북조선에 있는 가족간에 국제전화를 연계해주고 송금을 중계하는 브로커들이 서서히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면서 “전화 연계 덕분에 외부에 있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생계의 위급한 상황을 모면한 주민들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작년까지만 해도 전화브로커들이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전화 연계와 송금을 도와주겠다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다녔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전화브로커들이 워낙 몸을 사리기 때문에 탈북민 가족들이 먼저 브로커를 찾아가서 외부에 있는 가족과의 전화 연계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최근에 활동을 시작한 브로커들 중에는 국경지역에 거주하면서 오래 전부터 브로커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국경지역이 아닌) 타지역에 거주하다가 새롭게 브로커 일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면서 “매우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같이 어려운 때에 전화브로커 일이 유일한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브로커 일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달 초 중계 일을 처음 시작한 한 20대 브로커는 황해도에 사는 30대 남성과 남조선에 있는 그의 형님과의 전화 연계를 성사시켜 주었다”면서 “식량난으로 황해도에 남은 가족 모두가 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남조선에 있는 그의 형님이 브로커를 통해 인민폐 6천 위안을 급하게 송금했고 수수료로 50%를 제하는 데 동의해 이 브로커는 한꺼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처럼 고액의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외부와의 연계를 통한 송금이 절실한 주민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들의 전화 연계를 돕는 브로커들 역시 지독한 생활고를 타개하기 위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화 연계 및 송금 중계 일을 그만 둘 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