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일부 지방에서 생계형 절도범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의 신발이나 장마당에서 상인들이 벗어 놓은 옷가지를 훔쳐가는 절도사건이 빈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길주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달 30일 “최근 길주군의 여러 지역에서 민가 털이 절도 사건들이 빈발해 피해 지역 주민들이 극도로 민감한 상태”라면서 “주민들이 귀가 후 벗어 놓은 신발을 사용감, 문수(사이즈)를 불문하고 훔쳐가는 생계형 절도 사건들”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길주군에서는 과거에도 종종 민가에서 고가의 운동화나 새로 장만한 신발을 훔쳐가는 절도사건이 주민 회의를 통해 공개된 바 있었다”면서 “그러나 고가의 신발이나 새 신발이 아닌 낡은 신발까지 무작위로 훔쳐가는 일이 요즘처럼 자주 발생하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얼마 전 길주군 온천리에서는 한 주민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집에 와서 20분 남짓 동안 벗어놓은 신발이 없어지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같은 날 이웃집들에서도 귀가한 후 벗어놓은 신발이며 신발장에 있는 가족들의 신발까지 다 사라지는 일이 벌어져 동네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처럼 여러 지역에서 작업용 신발이며 어린 아이들의 신발까지 훔쳐가는 도난 사건이 계속 늘고 있어 주민들은 조선(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생활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절감하고 있다”면서 “신발 도둑이 성행하자 주민들은 밖에서 실내로 들어갈 경우 벗은 신발을 비닐봉지나 천 보자기에 싸서 들고 들어가는 등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달 29일 “코로나 사태 이후 극심해 진 식량난, 경제난에 함경북도 여러 지역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생활고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벗어 놓은 옷가지마저 훔쳐가는 생계형 절도 사건이 자주 발생해 주민들이 더운 날씨에 옷도 마음대로 벗어 놓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청진시 신암구역의 한 장마당에서는 수산물(해산물)을 팔던 한 장사꾼이 잠시 작업복을 벗어 매탁 옆에 걸어 두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졌다”면서 “그 일이 있은 후 다른 상인들도 벗어 놓은 옷이나 모자가 없어졌다는 호소가 이어져 시장 상인들이 옷 도둑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장마당 상인들은 도둑에 대비해 장사 물건은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기 때문에 절도범들이 매대에 있는 물건을 훔치기는 어렵다”면서 “도둑들이 장사 물건을 훔치는 것을 포기하고 손 쉽게 훔칠 수 있는 옷가지들을 훔쳐 다른 곳에 눅은(싼) 가격에 팔거나 물물 교환방식으로 필요한 식량과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처럼 남이 신던 신발, 벗어 놓은 옷가지까지 도둑 맞는 흉흉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면서 이 나라가 점점 더 사람 못 살 세상이 되고 있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당국에서는 조선이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란 게 이런 걸 말하는 거냐’며 비아냥 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