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잦은 열병식에 싸늘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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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지난 9일 평양에서 열린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이 극심한 생계난에 처한 민생은 돌보지 않고 선대의 흉내를 내며 보여주기식 행사에만 열을 올리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박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0일 “어제(9일) 저녁 8시 조선중앙텔레비죤을 통해 평양에서 진행된 공화국창건 73돐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 소식이 보도되었다”면서 “각종 민방위 무력을 동원한 열병식 소식에 주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열병식이 공화국 창건 73돐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라고 하기엔 비교적 작은 규모로 간단하게 진행됐다고 증언했습니다.

[평안남도 주민 ]이번 열병식은 간단하게 (했어요.) 조선에 먹을 것도 없는데 사람들한테 신심 주기위해 (했다는) 그런 말까지 나왔어요. 그리고 우리(북한)는 오직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 그렇기에 (열병식이) 크게 가치가 없는 것 같아요.

소식통은 그러면서 “1년도 채 안 된 사이에 열병식만 세 차례 진행한 것을 보는 주민들의 심정이 어떨지 지도자는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일부에서는 ‘국가가 위기에 처한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놀음에만 혈안이 되어있다’며 이번 9.9절 기념행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이 날 “어제(9일) 평양시에서 열린 9.9절 기념 열병식이 조선중앙텔레비죤 보도를 통해 발표되었다”면서 “화려한 불꽃과 축포로 장식된 열병식을 보며 주민들은 감탄하기는 커녕 오히려 한심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작년 10월 10일 당 창건절 기념일에도 열병식을 진행했는데 그 행사를 위해 수많은 병력이 6개월간이나 강도 높은 훈련을 한 것이 열병식 참가자들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면서 “행사날 하루를 위해 잘 먹지도 못하는 군인들이 입술이 다 갈라 터질 정도로 고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열병식에 대해 어떻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평안북도 주민] 6개월동안 연습하는데 죽는 줄 알았다 하더라고. …, (신변보호위해 일부 삭제) 입이 부르트고 뭐 말이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소식통은 이어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으로 만들어진 이번 열병식에서 최고 존엄이 선보인 것은 고작 선대수령을 모방한 머리모양(헤어스타일)과 옷차림, 걸음걸이였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실질적인 변화는 없이 겉 모습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매우 격앙된 반응을 드러냈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안북도 주민] 김정은이가 딱 할아버지를 모방을 해요 머리스타일까지도. 할아버지 거의 따라한다고 하는데 겉모습만 따라하면 뭐하냐고, 썩어빠진 것만 뜯어 고치면 되는데. 그런건 고치지 않고….

소식통은 그러면서 “조선은 현재 당국이 코로나사태를 구실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는 위기의 상황”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열린 열병식을 보며 주민들은 ’최고존엄이 자신의 정치적 계산에만 몰두하고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하는 계기였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박정우,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