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았지만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암울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경제사정이 악화된 탓에 간단한 차례 음식조차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내부 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의 한 주민소식통은 17일 “추석 명절이 나흘을 앞두고 다가왔지만 여기(청진시)는 명절 분위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암울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상당수의 주민들이 생활고로 제수 용품을 마련하지 못해 추석명절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청진시 청암구역 부거리의 한 주민은 ‘평소 같으면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서도 송편이나 과일, 물고기, 나물 정도는 차례 음식으로 장만해왔는데 올해는 돈이 없어 음식 대신 술 한 병을 겨우 (차례)상에 올리게 되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국가에서는 추석 명절을 성대하게 여기지 않지만 주민들은 중요한 민족 명절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추석에는 갖가지 음식을 이고, 지고 산소를 찾는 주민들이 지역마다 진풍경을 이루었지만 점차 줄어들더니 올해는 급기야 차례상 대신 술 한 병을 겨우 준비한 주민들이 상당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조선의 경제상황은 코로나사태 이후 국경봉쇄와 대북제재에 의해 날로 위태로워지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시기에도 제수를 장만하지 못해 차례상을 차리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이 날 “추석 명절이 있는 9월이 되자 국가에서 벌초 날짜를 추석 당일까지 포함하여 2~3일 내에 마치고, 제사음식은 집에서만 차리라는 규정을 각 인민반을 통해 포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산소의 위치나 성묘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당국의 추석 명절 규정이 지켜지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추석이 나흘이나 남았지만 혜산시에는 추석 당일 날 산소를 찾지 않기 위해 미리 벌초를 마친 세대(가구)들이 상당히 많이 확인되었다”면서 “그들이 미리 벌초를 마친 이유는 당국이 내린 추석 명절 규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며 추석 당일 날 차례상을 차릴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벌초를 미리 마친 일부 주민들은 ‘형제, 자매들이 모여 조상님 상에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올리며 추석을 순수한 명절로 보내던 때가 그립다’고 말한다”면서 “어쩌다가 차례상조차 차리지 못할 어려운 형편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침통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올해 들어 혜산시에는 식량 사정에 여의치 않아 차례상 대신 벌초만 하려는 주민들이 상당수이고 그들의 정서는 매우 위축된 상태”라면서 “올해 추석 명절 분위기는 현재 북조선 주민들이 겪는 전대미문의 시련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21일 추석 당일 하루만 휴일로 쉽니다. 반면 남한 사람들은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박정우,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