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3국에 거주하는 한국전쟁 포로들을 찾아 이들의 기록영상물을 제작 중인 영화감독이 있습니다. 전쟁 포로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찾은 한국의 조경덕 감독을 유지승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조경덕 감독의 이번 미국 일정은 캘리포니아주 북쪽 새크라멘토부터 산호세, 라스베가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으로 참전했다가 미국을 선택한 포로들을 만나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로스앤젤레스에서 국군 포로들을 만난 뒤 지난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만났습니다.
조 감독이 한국전쟁 포로를 만나 기록영상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2009년. 조감독은 당시 브라질 상파울루 영화제에서 인권문제를 다룬 기록영화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현지에서 한국전쟁 포로 중 제3국으로 온 포로가 생존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돼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조경덕 감독: 2~3년 정도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이제 기록을 남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 감독이 그 동안 만난 한국전쟁 포로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고 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까, 혹은 전쟁 당시의 충격을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들의 증언이 절실하다는 것이 조 감독의 생각입니다. 전쟁의 참혹성과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경덕 감독: 북에 있는 가족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혹시라도 본인으로 인해 손가락질 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전쟁 당시 겪었던 큰 충격을 다시 기억으로 떠올리는 것 조차 너무 두려워하시는 분들도 있고, 제발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조 감독은 기록을 남기고 영상으로 제작한 지가 벌써 10년이나 됐다며 기록영상을 마무리하는 것 보다는 이제 한국전쟁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연구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마무리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감독은 전쟁포로들이 전쟁의 피해자임에도 피해사실을 드러내는 것 조차 힘들어 한다며 그분들의 기록은 한반도 통일 후 귀중하게 쓰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조경덕 감독: 분단의 세월을 체험하셨던 분들의 슬픔을 기억해야 할것 같습니다. 앞으로 통일 시대를 맞이하면 어떻게 그런 갈등을 봉합할 것인가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전쟁 포로들의 연세도 이제 8-90세를 넘어서고 있어 이들의 증언을 통해 역사의 상처를 돌아보고 어루만지는 일이 그만큼 더 긴요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