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체제 들어 평양시 꾸리기가 본격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대동강 이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소외된 대동강이남 지역 주민들은 날로 깊어가는 양극화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을 가로지른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두 지역 주민들의 양극화가 감정적인 문제로 치닫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한 평양 주민은 "밤만 되면 동평양은 암흑에 잠기고, 강 건너 중구역은 번쩍거리는 황홀경에 빠진다"면서 "마치 부자가 가난뱅이를 비웃는 것 같아 강남지역 주민들은 기분이 씁쓸하다"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현재 만수대 지구를 중심으로 중구역엔 하루 24시간 전기가 공급되지만, 선교구역과 낙낭구역엔 2~3시간 전기가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남 주민들은 전기불이 환한 중구역을 건너다 보며 겉으론 "공화국의 중심이니 당연히 중구역만은 불이 와야지"라고 말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중구역 사람만 사람인가고 불평을 터놓는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이 주민은 평양 지하철이 대동강을 관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강남 주민들은 "전쟁이 나면 강남 사람은 다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사를 잘하는 우리나라에서 왜 지하철을 대동강 아래로 연결시키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당국의 지역차별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동강을 중심으로 강북지역은 노동당과 인민무력부, 내각 성, 중앙기관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평양 속 부촌'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남지구에는 선교피복공장과 동평양 화력발전소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집중 거주하고 있어 이른바 '평양 속 빈민촌'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번 평양시 중구역당 조직비서의 집에 가봤다는 이 소식통은 "침실에 화장실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공동변소에 익숙한 강남 사람들은 이런 현대식 주택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강북의 이런 아파트 가격은 3칸짜리에 8만 달러를 호가하지만, 강남 지역 아파트는 같은 평수라고 해도 3배나 눅다(싸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는 "김정은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강남 주민들도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놀이동산을 짓는 것을 보고 기대를 접었다"면서 "달러로 운영되는 미림 승마구락부에는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평양 대동강구역에 거주한다는 또 다른 주민도 "강북의 특권층 자녀들은 강남의 노동자 자녀들과 친구 맺기도 꺼린다"면서 "중구역 학생들은 졸업하면 외국 나가는 게 꿈이지만, 강남 학생들은 배급 주는 공장에 취직하는 것이 소원"이라며 두 지역의 양극화가 대물림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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