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북한이 18호 관리소, 즉 북창 노동교화소에 수감되었던 백설희를 다룬 영화 '열네번째 겨울'을 최근 방영했습니다. 숙청됐던 사람을 전형으로 만든 영화가 새삼스레 방영되는 이유,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영화 '열네번째 겨울'을 방영했습니다.
북한 중앙TV 녹취: 따뜻한 깃을 찾아 새들은 가도…
'열네번째 겨울'의 주인공 유설경(홍영희)은 북한의 식용유 문제를 해결할 일념으로 기름작물 연구에 힘을 쏟은 공로를 인정받아 1979년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노력영웅칭호와 생물학박사 칭호를 수여 받은 백설희를 형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동당 제6차대회를 맞아 주민들에게 '시대의 영웅'을 따라 배우도록 촉구하기 위해 만든 영화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 백설희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식량난 책임을 지고 북한 강제수용소 18호 관리소에 끌려가 노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30대 탈북 여성은 "백설희는 노력영웅, 생물학 박사 칭호를 박탈당하고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 모진 수모와 멸시를 당했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강제수용소에 함께 수감됐던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강제수용소로 끌려온 백설희는 경비병들에게 끌려 다니며 노동을 했으며, 경비병들도 백설희가 누더기 조각을 꼭꼭 싸가지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탈북 여성은 "백설희는 몇 년간 감옥생활을 마치고 어디론가 석방된 것 같지만, 그 후 생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백설희는 1996년 서관희 전 노동당 비서가 식량난 책임을 지고 처형되던 시기에 '기름작물' 재배 실패 책임을 지고 숙청됐다고 복수의 탈북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18호 관리소 출신 탈북자 김혜숙 씨도 탈북 후 자신이 쓴 자서전 '눈물로 그린 수용소'에서 백설희를 18호에서 만났다고 기술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파면된 백설희를 다룬 영화를 재방영하는 이유는 노동당 제7차대회를 앞두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충성심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고위간부나 유명인사가 숙청당할 경우, 그를 전형으로 만든 영화나 기록을 파기하지만, 복권되었을 경우에는 다시 공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