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최근 중대한 범죄로 인해 자국 고위급 관리의 안전 문제가 생겼다며 '유엔 주최국과의 관계위원회'에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지난 13일 ‘유엔 주최국과의 관계위원회’(the Committee on Relations with the Host Country of the United Nations)의 의장인 유엔 주재 키프로스 대표부에 보낸 서한을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입수했습니다.
이 서한에서 북한 대표부는 대표부 소속 고위급 관리(senior official)가 안전과 관련한 중대한 범죄를 당했다면서,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가능한 한 조속히 '유엔 주최국과의 관계위원회' 긴급 회의 개최를 의장인 키프로스 대표부에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윗 사진 참고)
현재 북한이 주장한 고위급 관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떠한 안전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의전·연락지원실이 각국 대사 및 직원 명단을 토대로 작성한 최신 '블루 북'(Blue Book)을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확인한 결과, 북한이 공식적으로 파견한 미국 뉴욕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소속 북한 외교관은 김성 대사와 김인룡 차석 대사를 포함해 총 9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외 주재 북한 대사관에 탈북자 및 인권단체들이 침입하고, 낙서를 하거나, 전단지를 살포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어, 이번에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측이 거론한 ‘고위급 관리의 안전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반북 단체인 ‘자유조선’은 지난 2월 스페인(에스빠냐)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을 침입해 정보 등을 탈취하고, 지난 3월에는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외벽에 낙서를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위치한 뉴욕 맨해튼 소재 건물은 일부 탈북 및 인권 단체들이 시위를 종종 개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주최국과의 관계위원회’의 의장인 키프로스 대표부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주최국과의 관계위원회’ 긴급회의가 언제 개최될 지에 대한 정보는 곧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키프로스 대표부는 “회의에서 논의된 문제에 대한 추가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We cannot provide any additional information on issues discussed at the meeting.)
아울러 유엔 대변인실 관계자도 31일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긴급 회의’를 요청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 밖에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What we can tell you is that we are aware that the Permanent Mission of the DPRK has requested the meeting.)
그러면서 그는 북한 대표부 소속 관리의 상황과 관련해서는 북한 대표부에 직접 문의하라고 덧붙였습니다. (Regarding the status of the DPRK official, we’d kindly ask you to direct the question to the DPRK Mission.)
앞서, 지난 2017년 7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는 외교 행낭을 미국 측에 강탈당했다면서 ‘유엔 주최국과의 관계위원회’ 회의를 요청했고, 이후 개최된 회의에서 “미국이 강탈한 외교신서물을 무조건 즉시 반환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유엔 주최국과의 관계위원회’는 1971년 총회 결의 2819호에 의해 설립됐으며, 현재 19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971년 이래로 위원장을 맡고 있는 키프로스 대표부가 2개월마다 회의를 소집하지만, 유엔 회원국이 긴급 회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유엔 주최국과의 관계위워회’는 ‘유엔 주최국’인 미국 유엔 대표부와 유엔 회원국들간의 관계에 대한 사안인 ▲대표부 소속 인원의 안전 ▲비자, 이민 및 세관 절차 ▲ 외교 부채 ▲ 관저, 운송수단과 주차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