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북 원산 아파트 붕괴 70여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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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한 동해안 지역을 휩쓸고 간 지난 3일 강원도 원산시에서 오래된 아파트가 붕괴해 7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세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강원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9일 "지난 3일 원산시의 한 아파트가 태풍 9호(마이삭)으로 인해 통째로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다"면서 "아파트 붕괴로 그 안에 있던 70여명의 주민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아파트붕괴로 인한 인명사고에 대하여 도당위원회를 통해 중앙에까지 보고 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나 중앙에서는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들을 도당과 시당에서 책임지고 잘 보살펴주라는 지시만 내렸을 뿐 중앙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에 보고된 보고서를 직접 본 이 소식통은 이어서 "태풍 9호의 강풍과 폭우에 아파트 건물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 데는 아파트가 워낙 오래 되어 벽체에 금이 가고 창문이 뒤틀리는 등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당국이 인민생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더라면 부실하고 낡은 아파트를 사전에 안전점검을 한 다음 주민들을 입주시켜야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은 원산시에서 태풍 9호에 의해 아파트가 붕괴되고 대형 인명피해가 났다는 사실을 보도하거나 알리지 않고 일부 도로와 농경지의 침수피해 사실만 보도했다"면서 "낡은 아파트에서 살다가 태풍 9호의 영향으로 70여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은 사실을 숨기는 이유는 이 사건을 은폐하고 피해자나 유가족에게 최소한의 위로와 보상도 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난 5일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태풍 '마이삭'으로 수십여 명의 인명 피해가 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강원도와 원산시 간부들이 처벌 받게 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태풍피해와 관련해 강원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지난 7일 원산시에서 태풍 10호 '하이선'의 폭우와 강풍으로 40여세대의 단층살림집들이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폭우와 강풍으로 집 잃은 주민들은 한지에 나앉게 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태풍 9호(마이삭)에 이어 태풍 10호가 강타한 원산시에서는 농경지는 물론 살림집들이 물에 잠겨 많은 이재민들을 발생시켰다"면서 "하지만 중앙에서는 집 잃은 주민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나 대안도 내놓지 않고 도당 및 도내 일군들에게 '태풍피해 복구를 위한 대책들을 실속 있게 세워나가라'는 지시만 연이어 내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번 폭우와 태풍으로 강원도 원산시 일대는 함경남도 검덕지구에 맞먹는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그런데 당국에서는 우리 나라(북한) 경제의 중요한 명맥인 함경남도 검덕지구 피해만 요란하게 부각하면서 그 지역 피해복구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번 폭우와 태풍으로 강원도의 살림집과 농경지 침수피해는 아직도 확실히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면서 "때문에 강원도 자체의 역량으로 태풍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도내 일군들과 주민들은 중앙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지원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7일 오전 11시 제 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침수된 강원도 원산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보도한바 있습니다. 이날 북한은 중앙방송과 중앙TV를 통해 새벽부터 재난방송 체제에 돌입해 거의 30분~1시간 단위로 태풍 상황을 전달하며 실시간 중계한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