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치국확대회의서 기광호 재정상 전격해임

지난달 29일 북한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 모습.
지난달 29일 북한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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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지난달 29일 개최된 당중앙위 제 7기제21차 정치국확대회의에서 기광호 재정상을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제재와 국경봉쇄, 수해 등 3중고 속에 물가와 환율이 급락하는 등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을 기광호 재정상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세원기자가 보도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평양시의 한 간부소식통은 2일 “지난 달 29일에 진행된 중앙위 제 7기 21차 정치국확대회의에서 기광호 재정상을 전격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회의에서는 평양종합병원건설완공에 필요한 자금확보 실패, 환율은 급락하는데 반대로 생필품 가격은 상승하는 등 일련의 경제위기의 책임을 물어 보직에서 해임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11월부터 외화의 돈 대가 급락하는데도 시장물가는 오히려 상승해 평양시뿐만 아니라 전국이 큰 혼란에 빠졌다”면서 “그러나 당국은 현 사태의 엄중성을 중앙당의 정책적 실패가 아니라 재정상을 비롯한 일부 간부들의 문제로 부각시켜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올해에는 정치 경제 군사 문화의 모든 부분과 단위들에서 총체적 난관에 빠졌다”면서 “때문에 중앙당에서는 재정상을 비롯한 일부 간부들을 해임하고 처벌함으로서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재정상을 해임했지만 딱히 재정상을 맡을 만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 신임 재정상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내년도 8차 당대회준비 사업과 당면 경제과업의 집행문제들이 제시된 만큼 이번주 내에는 신임 재정상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15년 2월 15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빙상관에서 광명성절 경축 백두산 휘거(피겨스케이팅)축전이 개막됐다면서 빙상휘거협회위원장인 기광호 재정상이 참가했다고 소개함으로써 당시 기광호가 신임 재정상에 임명되었음을 전한 바 있습니다.

또 2019년 4월 12일자 노동신문에 따르면 기광호 재정상은 그해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서 2018년 결산 및 2019년 예산안에서 올해 국가예산 지출이 지난 해 대비 5.3%증가하는 것으로 편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또 다른 간부 소식통은 같은 날 “중앙위 제7기 21차 정치국확대회의에서 기광호재정상이 해임됐다”면서 “기광호재정상은 평양종합병원건설 자금조달문제와 거대 돈주(환전상)들과 공모하여 돈대(환율)를 임의로 조작해 인민경제발전에 큰 피해를 입힌 혐의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간부들에게 엄중한 혐의를 씌워 보직에서 해임하거나 심지어 총살까지 하고 있다”면서 “당국의 이러한 행위는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 원인을 간부들에게 떠넘기고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어처구니 없는 작태일 뿐”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기광호재정상은 지난 5년간 나라의 살림살이를 책임적으로 운영해온 실력있는 경제일군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엉뚱한 책임을 물어 재정상을 보직에서 해임하는 것을 본 중앙의 간부들은 자신들도 언젠가는 버림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더욱 움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 통일부 대변인실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매체에서 공식 발표한 내용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별도로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 달 27일 국회정보위에서 북한의 국경봉쇄로 북중무역이 지난해에 비해 4분1로 줄고, 산업가동률이 원자재 설비도입 차질로 김정은 집권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물가급등 환율급락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는 등 ‘비합리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한편 소식통들은 지난 11월15일 진행된 제7기 20차 정치국확대회의와 11월 29일에 진행된 제7기 21차 정치국확대회의에서는 중앙과 성기관의 고위간부 수십명이 해임되거나 교체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