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올해의 식량생산 계획을 확정하고 전국의 협동농장들에 농장별 알곡생산과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현불가능한 알곡생산과제를 떠안은 농장간부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농장 간부소식통은 3일 ”당 8기2차전원회의를 마친 후 2월 중순경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농업부문에 내려진 알곡생산 총적 목표량이 제시되었다”면서 ”농업성에서모든 협동농장들에 내려진 지시문을 보면 ‘올해는 죽으나 사나 알곡 730만톤을 생산해내야 한다’면서 전국의 농장들은 경작 면적에 맞춰 올해 알곡을 얼마만큼 생산해낼 수 있겠는지 집행계획을 세워 농업성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농업성에서 내려 보낸 올해 알곡 과제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려면 매 농장들은 논벼는 정보당 8톤이상, 강냉이(옥수수)의 경우에는 정보당 10톤이상 생산해내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농장 토지들이 지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다 국가로부터 비료가 정상적으로 공급된다 해도 중앙에서 제시한 알곡과제를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함경북도의 경우, 대부분의 경작지가 평야지대 보다는 산지에 조성되어 있어 평지에 비해 소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고려는 없이 일률적으로 경작면적에 따른 생산계획을 내리 먹이고 있다”면서 ”올해는 코로나사태로 인해 예년에 비해 비료공급이 많이 부족할 것이 예상되는데다 뜨락또르(트랙터) 등 영농기계를 움직일 연유도 없어 소달구지를 동원해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중앙에서는 올해 비료공급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이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매 농장들에서 대체비료(퇴비)를 비롯한 대용비료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조건에서 도 안의 모든 농장들은 올해 할당된 알곡생산량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라 농장원들과 간부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농업부문 간부소식통은 같은 날 ”양강도는 지리적으로 매운 추운 지역에 있다보니 주로 심는 작물은 감자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번에 중앙에서 도 안의 각 감자농장에 내려 보낸 계획량을 집행하려면 정보당 감자 40톤이상을 생산해야 하는데 농장 간부들은 물론 도 농촌경영위원회 간부들조차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이 정도의 생산과제를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스런 모습이 표정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농업성에서는 모든 농장들이 다수확 농장, 작업반, 분조, 농장원을 늘이(늘리)는 방법으로 알곡과제 수행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면서 ”농사와 관련이 없는 일에 농장원들을 동원시키지 말고 모든 노력을 농사에 집중시키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농장간부들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당국에서는 걸핏하면 정치행사다, 무슨 모임이다 하면서 농장원들을 동원하는데 어느 농장 간부가 감히 동원에서 빠지겠다고 나설 사람이 있느냐”면서 “농사라는 게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자연이 주는 기후조건이 안받침되어야 하고 특히 비료와 농기구 같은 영농물자는 농사에 필수적인 것인데 당국은 이에 대한 언급이 없이 무조건 알곡생산 계획을 내리 먹이며 농장원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앞서 한국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국회에 출석해 올해 북한에서 120~130만톤 가량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올해 필요한 식량은 500-550만톤 정도라면서 대략 1년에 약 100만톤 정도 부족한 것에서 지난해 수해 등으로 감산된 20~30톤을 더하면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120~130만톤으로 산출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