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의 통일연구원이 2020년 조사 결과를 반영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통일연구원이 23일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21’.
이번 백서에는 북한에 머물렀다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5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 북한의 공식 문건, 그리고 북한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 등이 반영됐습니다.
심층면접 대상이 된 50명 탈북민들의 최종 탈북연도는 2014년 이전에서 2020년까지 다양한데 그 중 가장 많은 수인 38명은 2019년에 탈북했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비사회주의 퇴폐문화’로 규정되는 각종 외부 자료 가운데 한국의 방송과 녹화물 시청 그리고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한국 녹화물 시청 또는 유포행위는 노동단련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지만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다는 증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2020년 조사에서는 한국 녹화물이나 음악이 발각되는 경우 노동교화소에 가게 되므로 고여야 하는 뇌물의 액수가 편당 2천 달러 정도로 중국, 인도 등 영상이 발각됐을 경우보다 높다는 증언이 다수 나왔습니다.
한국 영화를 보는 것이 빙두를 하다 단속된 것보다 더 강한 처벌을 받는데 교화형, 강제추방을 받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가게 된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외부문화 자료를 저장하는 컴퓨터,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단속, 검열 그리고 처벌도 계속해서 강화했습니다.
다만 이같이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정보접근에 대한 욕구와 수요는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주민 감시와 사생활 침해는 더욱 심각해진 한편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도 커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는 탈북자,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는 주민, 행방불명자, 밀수하는 주민, 해외파견자에 대한 감시와 도청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영장 없이 불시에 이루어지는 불법 가택수사 등 당국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북한 주민의 권리 의식 신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다수의 증언자들이 김정은 정권에서 불법적 가택수색이 공안기관 종사자들의 금품 편취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등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2019년에 이어 2020년 조사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 심해 성경을 소지하는 것 만으로도 주민들은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지거나 처형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백서의 저자로 참여한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인권 침해 현실에 대해 큰 변동이 없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정권 차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상당히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인권 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이 의미 있습니다.
또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도 대폭 줄어들어 국경 봉쇄 이후의 북한인권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관영매체 등을 통해 미국, 한국,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의 인권 문제를 지적한 것에 대해선 북한 스스로의 인권을 먼저 개선한 후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비판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의 인권 상황은 그 국가들에 비해서 현저히 미치지도 못하는 수준이고 상당히 심각한 정치적∙시민적 권리 침해와 사회∙경제적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과연 영국이나 미국, 한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할 정도의 수준이 되는 나라인가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비웃음 밖에 살 수 없을 겁니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996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왔습니다.
기사작성: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