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 공장 간부들 '생산정상화' 지시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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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지방경제발전을 위해 총 매진하라며 공장 기업소 간부들에게 과도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 지역 공장 기업소의 생산 정상화 집행을 매일 총화하며 압박을 가하는 당국에 대한 공장 간부들의 불만이 높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간부소식통은 26일 ”지방경제를 빠른 시일 내에 정상 단계로 회복하는 것이 8차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경제과업을 수행하는데 핵심적 요소라는 중앙당의 지시에 따라 시, 군당 책임비서들이 해당 지역내 공장 기업소들을 세차게 다그치고 있다”면서 ”시, 군당 책임비서들이 공장, 기업소들에 생산 정상화를 단기간 내에 수행하라고 강요하고 있지만 공장 간부들로서는 생산 정상화를 위한 여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큰 고민에 빠져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 내 공장중에서도 중요 경공업제품 공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청진시 화학섬유공장의 경우,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 이후 생산원료를 보장받지 못해 현재까지 한번도 정상적으로 생산을 해본 적이 없는데 무조건 정상 가동하라고 내리 먹이고 있다”면서 ”특히 대북제재가 본격화 된 이후에는 공장을 한 번 도 가동한 적이 없는데 가동을 정상화하라면서 공장 간부들을 압박하고 있어 간부들이 안절부절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청진시에 있는 양정사업소(도정공장), 장(된장 간장) 공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식품 공장들이 90년대후반 이후로 전기와 원료 부족으로 가동을 멈췄는데 당장 생산을 정상화 하라는 지시에 해당 공장 간부들이 매우 황당해 하고 있다”면서 “공장설비를 오랜 세월 방치한 결과 공장을 가동하려면 당장 부품교체를 비롯한 보수공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런 고려도 없이 생산정상화를 다그치라는 상부의 지시에 해당 공장 간부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중앙에서는 지방 공장들의 원료 수급에 대한 구체적인 요해도 없이 원료원천을 이용해 여러가지 소비품을 생산하라고 무작정 내리 먹이고 있다”면서 ”산과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산열매와 식물기름, 약초를 비롯해 산림자원과 바다자원을 적극 활용하라고 하지만 나무를 마구 잘라내 벌거숭이로 된 산에 무슨 약초와 산 열매, 기름을 짤 수 있는 식물이 남아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공장, 기업소들은 오랜 시간 가동을 멈추었지만 소속 종업원들은 여전히 공장 소속으로 남아있으면서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부차적인 과제수행이나 노력동원에 나가 노동시간을 때우고 있다”면서 ”종업원들은 공장가동이 중단된 조건에서 뚜렷한 생산계획도 없지만 그나마 어디에 소속된 노동자 신분을 유지하려면 제시간에 맞춰 출근부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소식통은 같은 날 ”양강도에도 자금난과 원료난으로 90년대 중반 이후 가동을 멈춘 지방산업공장, 기업소들이 많다”면서 “그나마 중국과의 합영(합작)형태로 계속 가동해온 혜산 식료종합공장이나 수출피복공장, 혜산목재수출품사업소, 로중광산 등도 코로나사태 이후 중국과의 모든 통로가 차단되면서 자재와 자금난으로 가동을 멈춰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장 간부들은 이런 조건에서 중앙에서 지시하는대로 발전하는 현실에 맞게 지방공업공장들의 현대화를 실현하려면 차라리 기존 공장을 아예 없애 버리고 새로 짓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실리가 맞다”면서 ”아무런 타산이 없이 자력갱생만을 고집하면서 무조건 생산을 정상화하라고 강요하는 당국의 태도에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