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농민들은 가을철이면 수확의 기쁨보다는 당국의 알곡 분배량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이 해마다 생계유지에 턱없이 부족한 알곡 분배량을 농민들에게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농업관련 소식통은 18일 ”10월 초부터 전국의 농장들에서 알곡 수확량을 놓고 농장원들에게 공급할 분배량 측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보잘것없는 분배량이 예상되고 있어 벌써부터 식량부족으로 인해 앞으로 1년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불안해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농장원들은 1년내내 농장에만 출근해서 일하다 보니 가을에 당국에서 주는 알곡분배량이 생계유지에서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총 수확량에서 의무적으로 빼내가는 군량미와 국가 수매를 우선적으로 공제하고 나면 농장원들은 겨우 5~6개월 분 정도의 알곡을 할당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여기에다 국가로부터 할당 받은 계획량을 수행하지못한 농장의 경우에는 군량미를 비롯한 국가계획분을 다 바치고 나면 1년치 식량으로 겨우 2개월분이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형편”이라면서 ”벌써부터 군량미를 바치느라 농장 작업반 창자(야외 창고)들이 비워지는 것을 보는 농장원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농장들이 자체로 중국으로부터 비료와 영농자재 수입을 거의 못하다 보니 많은 농장들이 비료를 비롯한 영농자재들을 가을에 식량으로 갚기로 하고 외상으로 쓴 경우가 많아 이것까지 물어주고 나면 농민들의 분배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획량을 달성하기 위해 1년동안 땀 흘려 일했지만 가을에 차례지는 것은 너무나 보잘것없어 농장원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다른 소식통은 같은 날 ”보천군의 대부분 농장들에서는 지난해 불리한 기후조건과 비료부족으로 인해 감자수확량이 계획량에 비해 20%정도 부족한것으로 측정되었다”면서 ”농장들마다 수확량 기준으로 분배를 결정하기 때문에 농민들의 분배량은 적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대부분의 농장들이 매년 알곡 계획량을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배량이 줄어들 것을 알고 있는 농민들속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알곡을 몸에 숨겨 가지고 나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며칠 전에도 강냉이(옥수수)를 몸에 숨겨 가지고 나오다가 불시 검열에 5명이나 단속되었는데 이들은 각각 노동단련대 5개월형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협동농장들은 지역과 농장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해마다 가을 총 수확량의 60% 정도를 군량미와 국가수납분으로 바쳐야 합니다. 나머지 40%의 수확량이 농민 분배몫과 농장여유분 식량으로 돌아가지만 국가에서 정한 계획량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농민 분배몫에서 보충하다 보니 농장원들에게 돌아가는 분배량은 언제나 모자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