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현재 제2기(하계) 훈련이 한창 진행중인 군부대들에 내년 농사에 쓸 풀거름(퇴비) 확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대별로 할당량을 정하고 매일 독촉하고 있어 훈련에 지친 군인들 속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군 관련 소식통은 21일 ”총정치국지시에 따라 내년 콩 농사를 위한 풀 거름을 확보할 데 대한 부대별 과제가 내려졌다”면서 ”이를 수행하기 위해 상급부대들에서는 관하대대, 중대들에게 7월하순 부터 8월 하순까지 한 달 동안 수행해야 할 할당량을 정해주고 풀거름 확보정형을 매일 같이 독촉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총정치국지시를 집행하기 위해 각 부대들에서는 군인 1인당 한 달내에 500kg의 풀베기 과제를 주고 있다”면서 ”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은 정해진 훈련을 마치고 따로 편성된 부업시간에 진행하도록 되어있으나 1인당 500kg의 할당량을 채우려면 부업시간만으로는 되지 않아 훈련시간에도 풀베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풀베기작업 성과에 대해서는 상급부대(사단,여단) 참모부와 정치부에서 동시에 관하 부대들의 실적을 종합하여 매일 총참모부에 보고하고 있다”면서 ”이런 사정을 두고 간부들속에서는 ‘군복을 입었으니 군대이지 실제로는 농사일이 전업인 농사군과 다를 게 뭐냐’는 자조섞인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부대 인근에는 베어낼 풀도 여의치 않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먼 지역에 가서 풀을 베어오다 보니 훈련과 풀베기 작업의 이중고를 겪는 군인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부대 지휘관과 정치장교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지만 풀베기 작업의 성과가 저조할 경우, 자신들이 문책당할 게 뻔하기 때문에 못 본척 하고 병사들을 닥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군 관련 소식통도 같은 날 ”풀거름 확보 지시가 2기훈련 기간과 겹치다 보니 부대 지휘관들과 담당 간부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총정치부에서는 풀거름 확보는 농사에 관한 당의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과제인만큼 우선 수행하라고 독촉하는데 반해 총참모부에서는 2기훈련 집행정형을 하루 단위로 평가해 지휘관의 간부사업(인사평가)에 적용하겠다고 다그치니 어떤 지시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몰라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대들에서는 병사들에게 일주일에 하루 차례지는 휴식일 까지 풀베기 작업에 동원하고 있어 병사들뿐 아니라 초급 간부들까지 동요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부실한 공급 때문에 잘 먹지도 못하는 군인들은 계속되는 훈련과 고된 풀베기 작업으로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해마다 부족한 군부대 공급을 채우고 병사들에게 단백질을 제공하기 위해 각 부대 단위로 콩농사를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콩농사를 위한 풀거름 마련을 위해 관하 전부대에 풀베기 작업을 일괄적으로 지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부대별로 형편에 따라 풀거름 확보를 위한 풀베기 작업이 부분적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총 정치국이 나서서 전 부대에 풀베기 작업을 지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는 얘깁니다.
이와 관련 지난 2009년 탈북한 북한군 간부 출신 김 모씨는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북한 군부대들은 자체 공급을 위해 콩 농사 등을 꾸준히 해왔다”면서 “그런데 군부대 농사에 쓸 비료가 모자라 풀 거름으로 대체하기 위해 전 군적으로 풀 베기 작업을 진행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 이는 북한의 비료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중해주는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