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국제사회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백신 수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 코로나 백신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조선중앙TV 등 대내 매체들을 통해 전세계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확산 상황을 연일 상세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는 가운데 백신, 즉 왁찐과 관련된 보도의 경우 거의 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한국 통일부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제공한 코로나19 관련 북한 대내 매체 보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은 지난해 1월 신형 코로나 소식을 최초 보도한 이후 현재까지 연일 세계의 신형 코로나 확산 상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 내 확산 실태 및 국제사회의 백신 개발, 수급 등과 관련된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과 관련된 보도는 백신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뿐입니다.
앞서 지난 26일 조선중앙TV는 ‘새로운 변이비루스’가 백신을 무력화시킬 수 있고 백신 접종자들 가운데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노동신문은 “일부 왁찐들이 심한 부작용을 일으켜 사망자가 초래돼 사용이 중지됐다”며 “악성 전염병 사태의 장기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월에도 세계보건기구(WHO)를 인용해 “각국이 왁찐에만 의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노동신문이 간헐적으로 백신 관련 보도를 하고 있으나 주로 WHO 또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보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내 매체들이 지난해부터 지역, 기관별로 진행되고 있는 방역 진행 상황을 연일 보도하며 주민들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개인 위생 철저 및 방역 규율 준수를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국제사회의 백신 개발 및 수급 소식을 전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북한을 제외한 주변국에서 백신 접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북한 주민들이 듣게 되면 체제 결속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국제적으로 이미 매우 늦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신형 코로나 대응, 백신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백신 소식이 보도되는 것은 북한 당국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도 현재로선 북한 당국이 백신을 수급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내 매체를 통해 관련 소식을 내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백신 소식이 전해지면 (북한 주민들로선) 우린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품을 겁니다. 이것이 실생활이랑 또 연결이 되죠. 장사, 무역 등을 위해 중국도 오갈 수 있게 되고. 이런 것 때문에 북한 당국이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제적으로 변이 감염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백신의 효과에 대해 큰 의문을 갖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 당국이 백신을 접종시킨 주민들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 국경 봉쇄 상황을 완화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감염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현재 코로나 관련 변이 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북한으로선 백신을 들여와 접종하는 것 자체에 우려를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백신 접종 사고도 있지 않습니까. (완벽하게)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있어서 북한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이어 최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백신 지원 제안도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백신에 대한 신뢰가 아직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인태 책임연구위원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적극 수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백신에 대한 확신이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가 지원을 제안한 백신의 경우 북한 주민들이 모두 접종 받을 수 있는 양도 아니고 국제사회의 분배 모니터링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북한으로선 백신 지원을 적극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김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부대조건이 따르는 소량의 백신 지원보다는 주민들 모두가 맞을 수 있는 대량의 백신 지원 제안이 있을 경우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북한에 신형 코로나 백신 공동 구매, 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70만 4000회 분을 올해 공급할 예정이지만 이를 북한이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코백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세계백신면역연합, GAVI 측은 북한이 신형 코로나 백신 관련 협력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관련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에서 현재까지 총 3만 1천 83명이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 진단검사를 받았고,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 '코로나19 주간 상황보고서'에서 지난 14∼20일 북한 주민 753명이 새롭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6월 11일부터 17일 사이 검사자 중 149명은 독감과 비슷한 질환이나 중증 급성 호흡기 감염증 환자였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