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 당국, 주민 동요 막기 위해 수해 복구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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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최근 장마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로 인한 이중고에 시달리던 북한 주민들이 최근에는 수해까지 겪은 상황입니다.

한국 내에서는 북한 당국이 삼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당 창건 75주년과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으로서는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평양 당원들에게 보낸 “수도의 당원들이 앞장서는 것이 사회의 일심단결을 더욱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내용의 친필 서한도 상황 진정을 위한 다급함을 보여준 것이란 관측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서한을 통해 평양시 당원 1만 2000명으로 구성된 ‘수도당원 사단’이 함경도로 파견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10일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장마와 태풍으로 함경도 등지의 농경지, 주택과 공공건물, 도로, 철로 등이 침수되거나 파괴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원산시에서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 부원장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친필 서한으로 평양 주민들을 수해 복구 현장에 동원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 상황이 어렵고 긴박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 부원장: 광산, 수산 기지, 농경지 등이 수해로 타격을 입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위기 상황에 몰려있는 겁니다. 그래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친필서한까지 쓰는 상황까지 닥친 겁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단결을 위해 김 위원장의 애민 사상을 선전하는 차원에서 친필 서한을 공개하고 평양 당원들을 동원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함경도 수해 복구를 위해 1만 명이 넘는 당원이 동원됐다는 것 자체가 수해 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이 수해 복구에 동원된 인원들에게 식량과 물자를 조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과도한 인력이 수해 현장에 오는 것 자체가 수해와 재해 복구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 많은 탈북민들의 이야기입니다. 현장 파견 인력에 대한 물자 공급 등에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배급을 줘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는 얘깁니다.

또한 지난 8일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수해 등과 관련해 “부득이 국가적으로 추진시키던 연말 투쟁 과업들을 전면적으로 고려하고 투쟁 방향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자연재해, 어쩔 수 없는 외부 상황 때문에 제시한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명분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