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민간인 통제구역'인 애기봉에서는 등탑 점등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져왔습니다. 2014년 등탑이 철거된 이후에도 '등탑 재건립' 과 '등탑 재건립 반대' 주장이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었는데요. 올해는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대북방송과 대남방송이 맞부딪히는 이곳은 남한 김포시 민간인통제구역에 위치한 용강리 입니다. 길게 늘어선 철책과 한강을 넘어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남북 당국은 이곳에서 서로를 향해 확성기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얼어붙은 남북한 간 갈등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용강리에서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20여분간 이동하니 애기봉 관측소가 보입니다.
이곳은 '남북갈등'뿐만 아니라 '남남갈등'으로 해마다 마찰이 빚어졌던 장소입니다.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이 연말마다 평화기원 행사를 하면서 함께 진행한 등탑 점등식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북한이 "등탑을 점등하면 조준타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점등 찬성과 반대 양측 간 갈등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등탑이 지난 2014년 10월 안전상 이유로 철거된 이후에도 갈등은 이어졌습니다. "등탑을 재건해야 한다"는 주장과 "북한의 위협으로 김포시민들이 불안해한다"는 주장이 맞섰기 때문입니다.
애기봉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등탑은 '평화기원의 상징'이자 한편으로는 '남남갈등의 상징'이기도 했던 겁니다.
애기봉 등탑이 자리잡고 있었던 장소에는 이제 '이곳에 등탑이 있었다'는 것을 표시한 구조물만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당분간 이곳에서 남남갈등이 재연되는 일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포시가 애기봉 지역을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하면서 민간인 출입이 12월부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연말마다 애기봉을 찾던 상당수 국민들은 2년여간 이곳을 출입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승희 애기봉관리소장: 11월말까지만 (애기봉관리소를) 운영하고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공사는 3월 진행될 예정인데 왜 문을 닫고 행사를 못하게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애기봉에 대한 추억이 있는데 왜 애기봉을 미리 문닫아버리는가…
이곳의 '상징'이었던 등탑의 역사는 상당히 깁니다.
애기봉관리소에 따르면 등탑의 역사는 195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6.25 정전 이후 이곳에서 보초를 서던 한 병사가 소나무에 등불을 켜놓고 기도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이후 등불을 걸어놓은 소나무는 15미터 높이의 전나무로 바뀌어 1967년까지 해마다 애기봉 밤하늘을 밝혔다고 합니다.
한승희 애기봉관리소장: 1954년 12월 24일. 한 병사가 아직까지 (서로) 총질을 하느냐며 조그만 소나무에 등불을 켜놓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이산가족이 마음껏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이 소나무가 좀 더 큰 소나무로 됐습니다. (이후) 애기봉 전선의 15미터짜리 전나무에 등불을 키게 됐습니다.
이 전나무는 1968년 태풍으로 소실됐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18미터 높이의 철탑을 만들었다고 한 소장은 말합니다. 이것이 애기봉의 상징이었던 '철골'로 만들어진 등탑의 시작입니다.
한 소장은 "여의도순복음 교회에서 세운 18미터짜리 등탑을 군에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좀 더 높이를 높였다"며 "피뢰침까지 세우니 높이 30미터짜리 등탑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등탑은 2004년 남북고위군사회담 이후 점등이 중단됐다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인 2010년 12월 점등이 재개됐습니다. 이후 김정일 사망과 북한의 '조준타격 위협' 등으로 2년간 점등이 중단됐다가 2012년 말 다시 점등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다가 애기봉을 관할하는 해병대 2사단이 지난 2014년 안전상 문제로 등탑을 철거했습니다.
등탑으로 인해 남남갈등이 벌어졌던 애기봉은 이제 '평화생태공원'으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조성되는 평화생태공원은 지하1층, 지상3층 전망대와 지상 2층의 전시관, 야외광장으로 꾸며질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포시는 이곳을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계획 입니다.
김포시에 따르면 평화공원 착공 시점은 내년 3월입니다. 당초 올해 11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행정 절차가 길어지면서 4개월 늦어진 겁니다.
현재 김포시는 평화공원 착공을 위해 조달청의 세차례 적정성 심사와 경기도의 두차례 경제성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적정성 검토와 경제성 검토는 각각 한차례 남은 상황입니다.
이후 건설기술 심의 절차와 시공사 입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완공 시점은 2018년 말로 한다는 것이 김포시의 계획입니다.
김포시 관계자는 "행정절차를 최대한 축소해 진행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절차가 길어졌다"면서 "1월과 2월 동절기에 공사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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