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응원단이 최문순 강원도지사 주최로 열린 공식 환영만찬에서 '철수 소동'을 벌여 만찬이 예정보다 3시간 늦게 시작한 일이 있었는데요. 북한 측은 아직까지 주최측인 강원도에 소동을 벌인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현장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설날 연휴를 맞아 강원도는 지난 17일 오후 6시 30분부터 강릉 경포해변에 있는 세인트존스호텔에서 북한 응원단과 기자단을 초청해 만찬을 가지려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만찬은 예정보다 3시간 늦게 시작됐습니다. 북한 응원단이 '철수 소동'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김용철 강원도청 대변인: 공연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 부분이 있긴 했지만 좀 더 늦어진 사안에 대해선 북측에서 별도의 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저희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날 북한 응원단과 기자단은 오후 7시 30분경에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만찬 시간은 6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니 1시간가량 늦은 겁니다.
북한 기자단이 먼저 호텔에 들어온 뒤 한참 후 응원단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호텔 입구에는 '북한 선수단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북한 기자단은 현수막을 보고 살짝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현수막에 적힌 '북한'이라는 단어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되지 않아 현수막이 내려졌습니다.
서유석 북한연구소 연구실장: 우리는 남한 북한 뒤에 '한'이 붙는데 이것은 한국을 줄여서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남쪽에 있는 한국, 북쪽에 있는 한국이죠. 그래서 북측은 북한이라고 부르면 거부감을 갖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취재 결과, 현수막은 주최 측인 강원도가 아닌 호텔 측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응원단은 호텔 안으로 들어온 뒤 만찬장 대신 각층에 마련된 위생실(화장실)로 흩어졌습니다.북한 기자단은 만찬장에 들어와 착석한 상태였지만 응원단은 좀처럼 만찬장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북한 기자단도 인솔자의 신호를 받고 만찬장을 나섰고 만찬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국 기자들도 이들을 따라 나갔습니다.
RFA 기자: 철수하시는 건가요?
북한 기자: 몰라요.
호텔 밖 버스에는 북한 응원단이 탑승해 있었습니다. 위생실(화장실)에서 어느새 버스로 이동했던 겁니다.
얼마 후 호텔 밖으로 나온 최문순 강원지사가 북한 응원단장을 직접 만나 상황을 수습하려 노력했습니다. 최 지사의 설득 끝에 북한 응원단은 다시 버스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기자: 선생님 그러면 다시 (만찬장으로) 올라가시는 건가요?
북한 응원단 관계자: 저희가 언제 안 올라갔습니까.
기자: 아까 내려오셔서요.
북한 응원단 관계자: 화장실을 다녀온 건데 그걸로 그러십니까. 이제 올라가겠습니다.
그러나 이날 인제와 강릉, 평창을 오가며 강행군을 이어갔던 북한 응원 단원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북한 응원단이 호텔 밖으로 나간 이유를 여러 차례 물었지만 북한 응원단 관계자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과 해명으로 일관했습니다.
기자: 왜 내려갔다가 갑자기 다시 올라온 거예요? 어쨌든 다시 만찬 하시는거죠?
북측 관계자: 잠깐 회의실에 다녀온 겁니다.
기자: 회의실에서 무슨 말씀을 나눴습니까?
북측 관계자: 모르겠습니다. 인원이 너무 많다 보니까…
최문순 강원지사는 이날 북한 응원단을 맞이하기 위해 6시 30분부터 만찬장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최 지사는 '철수 소동' 후 만찬장으로 들어오는 북측 응원 단원들을 향해 일일이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라며 인사했습니다.
이번 만찬은 설 명절을 맞아 북한 응원단을 위로하고 평화올림픽을 위한 북한 응원단의 활동과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마련됐습니다.
평창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