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태양절’ 행보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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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최대 기념일 중 하나인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에 이례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전혀 보도되지 않으면서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 여파로 올해 태양절 행사는 대폭 축소된 모습입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15일 예년과 달리 태양절과 관련한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2019년 태앙절을 맞아 만수대 광장을 가득 메운 북한 주민들(위). 2020년 태양절, 한산한 만수대 광장에 마스크를 쓰고 헌화를 하러 온 북한 주민들의 모습.
2019년 태앙절을 맞아 만수대 광장을 가득 메운 북한 주민들(위). 2020년 태양절, 한산한 만수대 광장에 마스크를 쓰고 헌화를 하러 온 북한 주민들의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AFP PHOTO)

특히 올해는 신형 코로나 확산 여파로 매년 태양절을 전후해 열리던 열병식이나 축하공연, 외국 인사 초청 행사 등도 모두 생략됐습니다.

매년 태양절이면 기념식에 참가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의 모습들로 채워졌던 북한의 대내외 관영 매체들에서도 올해 태양절 관련 행사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15일 오전 프랑스 통신사 AFP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만수대 광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수백명의 인파가 헌화를 하던 예년과 달리 한산한 모습입니다.

헌화하는 소수의 북한 주민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북한도 신형 코로나의 위협을 심각하게 여기는 상황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외신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신형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집단이 모이는 태양절 행사는 취소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에 김일성 주석 참배 등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가 전혀 소개되지 않은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날 북한 관영신문 1면은 김 주석의 일화 소개와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찬양하는 기사로만 꾸며졌습니다.

오랫동안 북한 관영매체를 분석해온 미국 노스코리아테크의 마틴 윌리엄스 대표는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신형 코로나로 집단 행사가 취소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의 소식이 (미국 동부 시간 15일 오후 기준) 전무한 데 큰 의문이 생긴다고 전했습니다.

윌리엄스 대표: 오늘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동상에 헌화했거나 만수대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는 신형 코로나 상황이더라도 할 수 있었던 것들입니다.

윌리엄스 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불참한 것을 언급하며, 건강 이상과 같이 일신상의 이유가 없는 이상 태양절과 같은 중요한 날에 아무런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태양절 오전 열리는 헌화 행사가 당일 북한 저녁 뉴스의 머리기사로 소개됐던 예년과 달리 올해 외국에서 보낸 축전을 주요 소식으로 다룬 것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태양절 활동 부재를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대표: 김정은 위원장의 활동과 비교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수리아아랍공화국)로부터의 태양절 기념 축전 소식을 첫 뉴스로 다룬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는 늘 있는 정치적 관례입니다.

한편 북한이 지난 14일 지대함 미사일로 추정되는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북한 관영매체들은 15일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그 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하는 주요 행사를 이튿날 보도하는 관행에 비춰 이번 미사일 발사 현장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불참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모습을 감춘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