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돈줄이 묶인 북한이 인터넷을 활용한 가상화폐 관련 사기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북한의 일부 특권층들의 중국계 사이트 접속이 올 들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사이버보안 업체 '레코디드 퓨처'(Recorded Future)는 25일,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북한의 인터넷 사용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다섯 달 동안 가상화폐(cryptocurrency) 해킹, 가짜 블록체인 사이트 개설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인터넷 활동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자금줄이 묶인 북한이 상대적으로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 즉 인터넷 활동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지난 6월 북한에서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알트코인 관련 사이트에 대한 접속과 온라인 송금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인터스텔라, 스텔라와 같은 알트코인들을 거래해 여기서 발생하는 차익을 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가상화폐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짜 사이트도 개설했습니다. 가상 화폐 거래시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을 뜻하는 블록체인의 허위 웹사이트, '마린 체인 플랫폼'(Marine Chain Platform)이 대표적입니다.
실제 이 사이트를 이용했다가 수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잃었다는 피해 수십 건이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이트는 캐나다 정부에 적발돼 현재 폐쇄된 상태입니다.
한편 보고서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북한 특권층 인사들이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과 같은 미국계 사이트가 아닌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와 같은 중국계 사이트 접속을 크게 늘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중에서도 알리바바 접속량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곳에서 쇼핑, 영상 재생(스트리밍) 서비스, 게임 등을 즐기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고서는 올들어 북한에서 '링크드인'(LinkedIn)에 대한 접속이 눈에 띄게 증가한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링크드인'은 200개국 5억 명의 사용자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네트워킹, 즉 사업 인맥 관리 사이트로 올 들어 북한 국적 사용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레코디드 퓨처'의 프리실라 모리우치 전략개발 책임자는 26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최근 "링크드인의 북한 사용자 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업무상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일부 특권층이 링크드인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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