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민 “비료도 농약도 없는데 증산 압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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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국경봉쇄조치가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농민들이 영농자재 부족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는 소식입니다. 비료도 농약도 없는 농민들은 당국의 식량증산 압박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26일 “당국에서 농업전선에 총동원, 총집중할데 대한 방침을 제시하고 농업부문에 대한 전당, 전국적인 지원사업을 조직하고 있지만 이런 선전선동 사업은 실제로 농사현장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국에서는 해마다 농업부문에 대한 인적, 물적 지원을 요란하게 떠들지만 대다수 협동농장들은 영농자재 부족으로 때맞춰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 협동농장들이 영농자재 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것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악순환이지만 올해는 특히 코로나사태로 인한 국경봉쇄로 농민들이 최악의 한 해를 맞고 있다”면서 “영농자재가 절대부족한 상황에서 농업생산을 획기적으로 높일 데 대한 지시가 연일 하달되고 있어 일선에 서있는 농민들과 농장 간부들의 정신적 고민과 육체적 고역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난 수 년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강화되었던 때에도 비료와 농약을 비롯한 영농자재들은 비법적인 경로(밀수)를 통해서라도 최우선적으로 수입하는 것이 국가적 방침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흥남비료공장이 만가동해도 농장의 비료수요를 보장하지 못했고 남흥화학이 생산계획목표를 다 수행해도 농약이 부족했는데 이들 공장들조차 원료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으니 올해 농사는 최악의 후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국에서도 농장들이 처한 상황을 알기 때문에 자력자강을 떠들면서 부족한 비료나 농약의 공백을 인력으로 메우라고 농민들을 들볶는다”면서 “농민은 물론 군인, 학생 등 가용한 모든 노동력을 농업전선에 총동원시키는 인해전술이 현재 당국의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날 양강도의 농업관련 소식통은 “올해 농사에 임하는 농민들의 고생이 여간 아니다”면서 “당국의 통제와 식량증산 압박이 날로 우심해지고 그 속에서 비료나 농약 같은 필수 영농자재도 없이 순수 인력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얼마나 큰 고역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이전에는 해마다 4월 말이 되면 국경 전지역에서 살초제를 비롯한 농약과 비료를 밀수로 대량으로 들여오군 했는데 비록 (국정가격이 아닌)야매가격으로 판매되었지만 국가농사(협동농장)는 물론 개인들의 뙈기밭 농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영농물자였다”면서 “공식 비공식으로 들여온 비료와 영농물자 덕분에 농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년 먹을 알곡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작년 봄에는 그래도 아껴두었던 영농물자를 조금씩 이용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완전히 빈손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면서 “순수 노력으로 파종과 애벌김매기로부터 네 벌김매기까지 하려면 허리가 휠 정도로 일해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푸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년초부터 비료부족을 예견한 당국에서 예년에 없이 거름생산을 독려했지만 막상 수집된 거름은 거름이라고 할 수 없는 부식토에 불과하고 농사에서 제일 힘든 일은 김매기인데 살초제가 바닥나 앞길이 막막하다”면서 “당국이 농민들을 노동의 고통에서 해방시킨다던 때가 언제인데 해방은 커녕 농민들은 죽어도 호미자루를 놓지 못하고 죽을 신세라면서 한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