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지난 13일부터 전국에 ‘모내기전투’기간을 선포하고 주민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로 생계난에 처한 주민들이 모내기전투 동원으로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신용건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강도 만포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9일 “지난 13일부터 전국에 ‘모내기전투’를 위한 ‘총동원기간’이 선포되었다”면서 “당국에서는 당장 시급한 모내기 지원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밥술을 뜨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총동원되도록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해마다 ‘모내기 전투’를 비롯한 농촌동원기간이 선포되고 매 기관, 기업소, 학교 별로 층층으로 농촌지원이 조직되었지만 올해처럼 농촌동원을 힘들게 받아들인 적이 없다”면서 “다른 해에 비해 주민들의 생계난이 심화된 데다 그에 못지않게 올해는 당국이 농사를 ‘고난의 행군’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활적인 문제라며 예년에 없던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지 않아도 국경봉쇄와 이동 통제로 예년에 없던 곤경에 처해있는 주민들은 당국이 ‘모내기전투’를 선포하고 밥술이라도 먹는 자는 모두 농촌지원에 나서라며 압박하는 바람에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면서 “길거리는 물론 골목에 이르기까지 이동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농촌노력지원 참가여부를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저녁시간에 눈치를 보며 숨어 다녀야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기관, 기업소들은 정원수에 비례해서, 인민반은 세대별 노력자(노동 가능자)수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농총동원 개별과제가 부과되는데 보통 하루 평균 노력자 1인당 100평의 모내기를 하는 것이 과제의 정량”이라면서 “대부분의 경우 과제가 미충족되기 일쑤이고 일일과제수행에 대한 확인서가 있어야 길거리 통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곳곳에서 ‘모내기상무’라는 완장을 찬 보안원들이 무리지어 다니면서 길거리 단속을 하는데 길거리 주민들보다 단속하는 보안원들이 더 많다”면서 “일할 수 있는 손 보다 뇌물을 바라는 입이 많으니 나라 형편이 이 꼴이다”라고 한탄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소식통은 같은 날 “‘모내기 전투’가 선포되고 많은 노력들이 농촌에 투입되었지만 올해 농사전망은 참담하다”면서 “비료도 없고 영농자재가 턱없이 모자라는데 순수 노력만으로 농사를 지으라고 닦달하는 당국의 행태를 보노라면 올해 농사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말로는 농사에 총동원, 총집중라고 압박을 하가면서도 영농물자공급은 거의 해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른 해에 비해서도 올해는 비료나 농약이 부족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없다고 해야할 정도”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아무리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충성심으로 농사를 지으라고 강요하지만 비료, 농약이 없는데 무슨 수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겠냐”면서 “제초제나 살충제를 전혀 쓰지 못하고 인력으로만 김을 매게 되면 허리 펼 새도 없이 풀이 무성해지고 해충이 왕성해져 높은 수확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에서도 이 같은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어서 주민들을 잡도리 하면서 총동원, 총집중이라는 인해전술에 매달리고 있는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농사의 주력인 농민들의 생활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라면서 “보리고개를 넘기기 힘든 농촌의 절량세대가 30~40% 달하는데 농민들이 어떻게 힘을 내 농사를 짓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농장들에서는 농민의 노력공수에 따라 하루에 옥수수 0.5~1kg을 공급하는 자본주의식 일당 지불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그 효과가 대단히 좋아 한 줌의 식량을 얻기 위해 농민들이 꼭두새벽부터 논으로 나온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그나마 국가적 공급이 아니다 보니 농장보유 알곡이 내일이라도 거덜 나면 그만”이라면서 “아무리 사상성과 당에 대한 충섬심으로 일을 하라지만 밥을 굶어가면서 농사일을 열성적으로 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