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양시 주택건설 날림공사 우려 높아

0:00 / 0:00

앵커: 북한이 평양시 1만세대살림집건설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건설자재 부족과 속도전을 강요하는 바람에 벌써부터 부실공사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신용건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한 간부소식통은 31일 “현재 평양시에서 1만세대 살림집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면서 “살림집건설에 필요한 노력, 자재, 물자들을 보장할 데 대한 당의 지시가 도 당을 통해 각 지역 단위로 하달되어 살림집건설지원을 명분으로 공장 기업소, 근로단체들과 주민들을 들볶아 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시 송신, 송파지구 1만세대 살림집건설은 주로 군대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데 부분적으로 모자라는 노력을 메꾸기 위해 각 도에서 돌격대가 동원되었다”면서 “인력 보장은 물론 모든 후방물자(건설자재, 노동자지원물자)를 각 도에서 알아서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도 당 및 지역 기관들의 어려움이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중앙에서 각 지역 당위원회에 전국적인 지원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도내의 공장 기업소들과 인민반들에 부담이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지 않아도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공장 기업소들은 또 다시 소속 종업원(노동자)들에게 세부 부담으로 쪼개서 부과할 수밖에 없어 결국 고통을 받는 건 주민들뿐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내 자신 5월 말 경에 지원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평양시 1만세대살림집건설장에 다녀왔는데 몸이 허약한 군인건설자들이 철야 전투를 벌리느라 한 밤중에도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당국에서 요란한 선동 행사를 펼치고 있어 현장은 떠들썩했지만 막상 일하는 군인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충분히 잘 수가 없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느 국가건설장에서나 당국이 내세우는 것은 속도전과 인해전술이 노동당의 기본 방침이긴하지만 이번 평양살림집건설도 기계설비를 대신한 삽과 마대자루로 특징지어지고 있다”면서 “시멘트 몰타르 제조작업도 군인들이 삽으로 진행하느라 건설현장에 사람이 개미떼처럼 달라 붙어 있어 보는 사람이 민망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자강도의 한 주민소식통도 같은 날 “지난 주 평양시 1만세대살림집건설 지원차 평양의현장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면서 “건설장 어디를 가나 ‘충성의 보고를 드리자’는 구호와 함께 속도전을 독려하느라 떠들썩 했는데 현장에서 만난 군인은 하루에 겨우 2~3시간을 자면서 주야로 속도전 전투에 내몰린다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건설장 군인들의 식단은 입쌀은 한 알도 없는 순수 옥수수밥에 남새(야채)국이 고작이었는데 현장에 지원 나온 민간인들은 이 식단을 보고 군대 나간 자식들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면서 “그렇게 열악한 조건에서 밤낮 없이 속도전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데 무슨 일인들 꼼꼼히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건설현장에 여러 날 째 비가 내렸는데 아무런 대책없이 밖에 쌓아 놓았던 철근이 빨갛게 녹 쓴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면서 “철근이 녹쓸었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공사장에 사용하는가 하면 시멘트를 혼합하는 것을 보니 시멘트를 섞는 비율이 시공상 정해진 수치보다 많이 적은 것을 목격하고는 깜짝 놀랐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말로는 속도와 질을 동시에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그 내막을 따져보면 속도에만 치우치는 그야말로 날림 공사가 따로 없다”면서 “건설을 마치면 겉은 번지르르 할지 모르나 1995년 발생한 통일거리의 25층 아파트 붕괴 사건이나 2013년 완공된 평천구역의 아파트 붕괴 참상이 자꾸 떠올라 등골이 서늘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