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화벌이용 오미자 재배 거듭 실패

사진은 경남 함양군의 한 고랭지에서 오미자 열매를 수확하는 손길.
사진은 경남 함양군의 한 고랭지에서 오미자 열매를 수확하는 손길. (연합)

0:00 / 0:00

앵커: 북한 자강도당국이 지난 2019년부터 외화벌이용 약초재배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3년연속 재배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자금과 노력을 투입하고도 결실을 보지 못해 외화벌이에 지장이 많다고 현지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신용건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강도 강계시의 한 무역관련 소식통은 13일 “자강도에서 외화벌이용 오미자재배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3년 연속 재배에 실패하고 있다”면서 “그로 인해 외화수입은커녕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019년부터 새로운 방식의 외화벌이를 모색하던 자강도당위원회는 도무역관리국의 주도하에 중국산 우량종 오미자를 재배해 이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였다”면서 “계획은 당초부터 과학기술적 요구를 경시하고 하루빨리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졸속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첫 해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2019년 당시 조선오미자의 국제적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도 오르기 시작하자 외화벌이에 눈이 어두운 자강도 당국은 무턱대고 오미자 재배단지를 지정하고 중국산 묘목을 수입할 데 대한 지시를 도무역관리국에 내리 먹였다”면서 “그에 따라 과학적 영농기술과 오미자 재배의 특성에 대한 요해(파악)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그해 5월 초순 오미자 묘목 1본당 인민폐 2원의 가격으로 15만 본이나 수입하게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도당의 내리 먹이기식 세도부리기로 우량종오미자 묘목은 적기에 수입할 수 있 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재배하기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비싼 오미자 묘목들이 열흘이 넘도록 보관 조건이 나쁜 일반 창고에 방치되었다”면서 “그때 이미 절반 이상의 묘목이 말라 죽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묘목이 죽어가자 바빠맞은 도당위원회에서 각군에 묘목을 막무가내로 나눠주었는데 각 군당의 형편은 더 말할 나위없이 열악했다”면서 “위에서 무조건 하라니 심어본다는 식으로 아무런 밭에다 대충 꽂아 두었으니 묘목이 살아 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한 “더욱 한심한 것은 오미자 재배 실패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려다 보니 재배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3년 연속 그런 맹랑한 짓을 계속 되풀이 한 것”이라면서 “중앙에서부터 외화벌이에 대한 갈증이 심한데다 지방 당위원회 간부들은 외화에 대한 과대망상증이 심해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아까운 자본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날 자강도 자성군의 한 외화벌이 관계자는 “도에서 3년 전 느닷없이 오미자묘목을 나눠주면서 무조건 밭에 심어서 오미자를 생산해내라고 강요했다”면서 “그런데 중국에서 넘어 온지 거의 한 달이나 된 묘목들은 이미 말라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옥수수를 파종했던 농경지를 갈아엎고 오미자묘목을 심을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심어 보아야 죽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각 군당위원회들에 나눠주고 묘목값을 받아내는 도당의 행태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오미자묘목을 공급했으니 무조건 생산실적을 내라고 억지를 부리는 도당의 행태를 보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고 비난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도당에서는 묘목 한 포기에서 오미자 10kg이상을 수확할 수 있는 신품종 우량종 오미자라고 요란스레 떠들었지만 막상 재배를 해보니 재배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작물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품종 오미자재배에 대한 과학적 자료나 기술적 조언이 전혀 없어 눈 뜨고 밭에 있는 오미자 묘목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도당에서는 해마다 오미자 재배 상태를 요해한다면서 오미자 밭 검열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은 할 수 없이 산에 있는 야생오미자를 떠다 밭에 심어 놓았다”면서 “겉으로 보기엔 오미자 밭이 푸르러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가짜 오미자 밭들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