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본 해역서 목선 아닌 중대형 철선으로 불법 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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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과거 목선으로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오징어 잡이에 나섰던 북한 어부들이 최근에는 중대형 철선을 이용해 조업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가을 오징어잡이 철을 맞아 북한 어부들이 막바지 돈벌이에 여념이 없다고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 작년하고 많이 달라졌어요. 북한의 목선, 7명부터 13명까지 탈 수 있는 아주 작은 목선들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까지 와서 오징어를 잡아 갔는데요. 올해는 이들 숫자가 많이 줄었고, 그 대신 조금 큰 중형·대형 철선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작년하고 많이 차이가 있지요.

이시마루 대표는 오징어잡이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대화퇴 어장에서 지난 7일 일본 수산청의 어업 단속선과 충돌해 침몰한 북한 어선도 소형 목선이 아닌 60 여명을 태운 철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에 표류하는 북한 어선과 시신들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소형 어선이 먼 바다까지 나가서는 안 되며, 어선들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권위를 훼손하지 말라는 이유였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배타적경제수역이란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 약 370킬로미터까지의 모든 해양 자원에 대해 한 국가가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엔 국제해양법상의 수역을 말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특히 지난 6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는 등 북중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서 북중 밀무역을 눈감아 주고 있어 북한 수산물 업자들이 군이나 당 등 권력기관에 뇌물을 고이고 산하 기업이라는 간판 하에 일본은 물론 러시아 해역까지 침범해 오징어 잡이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따라 북한의 해산물 수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오징어를 잡아도 판로가 없어 오징어잡이 배가 줄어 들었다가, 최근 중국 당국이 해산물 밀무역을 눈감아 주기 시작하자 오징어잡이 철이 끝나기 전에 한 마리라도 더 잡아 중국에 판매하기 위해 북한 어부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가을 오징어잡이 철이 시작된 지난 9월 중순부터 동해의 러시아 해역에서 북한 오징어 불법 어선이 연달아 나포됐고, 지난 2일에는 러시아 국경경비대의 총격에 북한 어부 5명이 부상 당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일본 의원들은 지난 7일 일본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침몰한 북한 선원 60여명을 현장에서 북한 측에 인도할 것이 아니라 일본 본토로 연행해 조사했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일본 수산청 담당자는 해당 북한 어선이 수산물을 어획한 것을 확인하지 못해 신병 구속하지 않고 경고만 한 후 퇴거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원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북한을 배려한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면 대화퇴 어장은 일본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200해리 이내여서 배타적경제수역 설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사고 해역의 위치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