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뉴스분석] 북 주민도 접한 드라마 ‘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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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토요일 격주로 보내드리는 'RFA뉴스분석' 시간입니다. 지난 2주간 RFA 한국어서비스에서 다뤘던 굵직한 북한 소식, 영향력을 미쳤던 RFA 뉴스 보도들을 그 뒷이야기와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앵커: 양성원 기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양: 안녕하십니까.

앵커: 지난 2주간 RFA 북한 관련 뉴스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게임'이란 한국 드라마가 북한에도 들어갔고 이 드라마를 본 북한 학생들과 반입업자가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인데요.

양: 그렇습니다. 지난달 22일 북한 함경북도 사법기관의 한 간부 소식통은 저희 방송에 11월 중순 청진시에 있는 고급중학교 학생 7명이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다 단속에 나선 109상무 연합지휘부 검열에 적발됐다고 알려왔는데요. 이 드라마가 들어있는 USB 저장장치를 중국에서 들여와 판매한 반입업자는 총살형, 이를 구입해 시청한 학생은 무기징역, 나머지 함께 시청한 학생 6명은 노동교화형 5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공영 KBS방송은 물론, 미국의 뉴스위크, 워싱턴타임즈 등 주류 언론, 또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 정말 많은 매체들이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까?

양: 그렇습니다. 전 세계 각종 매체에서 정말 큰 관심을 보였고 최근까지도 계속 인용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처음 방영된 이후 '오징어게임'이란 한국 드라마는 인터넷을 통해 영화, 드라마를 보는 미국의 '넷플릭스'라는 사이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북한에서도 이 드라마를 보는구나', 또 '이런 외부 문화를 접하면 북한에선 최고 사형에까지 처해지는구나' 하면서 이런 황당한 상황에 크게 놀라고 주목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북한 젊은이들, 특히 학생들이 외국 영상물, 특히 한국의 드라마와 노래 등에 심취하는 경향이 나타나자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2월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새로 제정해 외국 영상물이나 출판물, 노래 등 외래문화 수용 행위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의 강력한 처벌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체포됐던 7명의 학생 중 1명은 이미 그 학생 부모가 미화 3천 달러의 뇌물을 주고 풀려난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관련자들도 총살형, 무기징역, 노동교화형 등 선고를 받았는데, 아직 이 선고가 이미 집행됐는지 여부는 현재 확인이 안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저희 방송 보도 이후 '오징어게임'이 정말 북한에 들어갔을까, 또 과연 일반 주민들까지 이 드라마를 시청했을까, 이런 의문을 표시하지 않았습니까?

양: 네, 그 주장의 핵심은 일단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북중국경이 완전히 봉쇄된 수준인데 어떻게 그 드라마를 담은 기억장치 등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느냐, 또 9월 처음 새로 나온 '오징어게임'이 삼엄한 국경봉쇄 상황 속에서 어떻게 2달만에 북한에 들어갔고, 또 널리 퍼져 이걸 돌려본 일반 학생들이 적발될 수 있느냐, 북한 당국의 해외 영상물 반입 관련 처벌이 최근 대폭 강화된 상황에서 과연 누가 '오징어게임'을 목숨 걸고 북한에 들여갔겠느냐 는 등의 의문입니다. 한 매체는 보도 내용의 핵심과는 전혀 상관 없는, 북한 주민들이 '오징어게임' 그 드라마의 내용을 정서상 싫어할 것이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인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제가 북한 사람이라면 탈북자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이 드라마가 무척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여하간 일단 '오징어게임'의 북한 내 반입을 믿지 못하겠다는 매체 측에서는 그럼 그 드라마가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어떤 구체적인 증거나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관련 사실을 추가적으로 보도했는지 궁금합니다.

양: 일단 그 질문에 대한 간단한 대답을 드리면, 그 매체는 '오징어게임'이 북한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낮고 북한 전문가 등 여러 사람들이 그러한 보도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수준의 지적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다른 대북정보유입 활동을 하는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양: 미국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자신은 '오징어게임'이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저희 방송에 지난 2일 밝혔습니다. 그에 앞서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RF)'의 성지예 전략 고문도 최근 저희 방송에 올해에만 북한에 9천668개의 (이동식) 저장장치를 들여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가 협력단체들과 함께 북한에 보내는 USB 등 이동식 저장장치에는 일반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드라마와 영화, 전자책과 음악, 신문기사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지예 고문은 최근 북한에 유입된 구체적인 정보내용에 대한 질문에 "저장장치에 포함된 내용은 협력단체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드라마 제목 등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도 북한 내부로 전해졌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이들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한국 탈북민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한국 지부장도 최근 저희 방송에 북한으로 유입된 저장장치를 북한 주민들이 암암리에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직접 그의 말을 들어보시죠.

정광일 지부장: (북한 당국이) 단속은 많이 하고 있지만 전부를 할 수 없는게 이제는 (외부 정보가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가) 많이 통용되고 서로 돌려가며 보고 심지어 보위원들도 보고 있고 하다 보니까 위에서 검열이 내려오면 커버해주고…

앵커: 사실 한국에서 새로 방영된 드라마도 그 다음날이면 북한에서도 볼 수 있다고 전해지곤 했었는데요. 코로나 관련 삼엄한 국경봉쇄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 돈주나 고위 간부 등은 밀수업자들을 통해 필요한 물건들을 중국으로부터 계속 들여왔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양: 그렇습니다. 저희 방송국 소속 탈북민 기자들은 올 여름 경에도 소형 선박을 이용하는 북한 밀수업자들이 많은 마진을 남기면서 중국 측에서 뭐든지 사다가 북한 돈주나 엘리트 간부들이 주문한 물품들을 전달했다고 밝혔는데요. 그 물품 중에는 각종 소형 전자제품부터 외국 드라마, 영화 등을 담은 기억장치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리 국경봉쇄가 심하다 해도 뇌물을 주면 북한 당국의 비호 혹은 묵인 아래 충분히 뭐든지 밀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이제 잠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국책 통일외교안보 연구기관 대표들 3명이 미국 워싱턴을 함께 방문해 한국전 종전선언을 촉구하며 북한 측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미국 내 북한 전문가와 설전까지 벌였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요?

양: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홍현익 원장과 통일부 산하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또 국가정보원 산하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지난달 30일 단체로 미 민간연구소 토론회에 나와 일제히 종전선언을 옹호하면서 북한 측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들을 내놓았는데요. 특히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의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우선 홍 원장은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에 취임하기 전에도 여러차례 북한 옹호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는데요. 이번엔 미국까지 와서 북한이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을 발사하면 (탄도미사일이든 아니든) 크게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오죽하면 다음날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홍 원장이 "개인의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한국 외교부 입장은 그와 다르다고 해명하고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한국 기자들에게 "원칙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상 금지돼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차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번에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에 와서 어떤 다른 주장들을 내놨는지도 궁금합니다.

양: 일단 현재 미북 간 핵협상 교착 상태의 원인을 미국이 제공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구요.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위협하니까 북한은 할수 없이 핵을 개발했고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고르바초프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가 스탈린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러시아의 개혁, 개방을 이끌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처럼 김정은을 만들 수 있는데도 미국이 그를 독재자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위협하고 몰아붙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홍 원장은 "종전선언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인데 미국은 적극적으로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미국 측을 비난했구요. 또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도 내놨습니다. 내년 3월 한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전에 북한이 도발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미국 측은 이런 입장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요?

양: 일단 국무부 측은 북한과 조건없이 만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북한 측 호응을 기다린다는 미국 측의 원론적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지난달 30일 토론회에 직접 참석했던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대표들의 주장은 미국의 이른바 '대북적대시 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북한 측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클링너 연구원: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미국의 공격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을 해소하는 구체적인 조치들을 미국이 취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 뿐 아니라 북핵 문제는 11개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 때문에 비롯된 것입니다.

미국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도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핵협상 교착의 주된 책임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제안한 회담 재개를 거부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총비서에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양성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

앵커: 지난 2주간 RFA 한국어서비스에서 다뤘던 주목할 만한 북한 뉴스들을 소개해드리는 'RFA 뉴스분석'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양성원,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