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다음은 양성원 기자의 '뉴스 하이라이트' 시간입니다. 지난 한달 간 RFA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다뤘던 굵직한 북한 소식, 영향력을 미쳤던 보도들, 또 관련 소식들을 흥미로운 뒷이야기와 함께 전해드립니다. 대담 진행에는 서혜준 기자입니다.
서 :양성원 기자, 안녕하세요.
양 : 안녕하십니까.
서 :벌써 꽃피는 봄 5월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는 완연한 봄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양 :그렇습니다. 북한은 4일 평양 근교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는데요. 지난달 16일 북한이 함흥 일대에서 '신형 전술유도무기' 2발을 발사한 지 18일 만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올해 북한의 14번째 무력 시위입니다. 비행거리는 470킬로미터, 고도는 780킬로미터 정도로 탐지됐습니다. 이번 도발은 오는 10일 윤석열 신임 한국 대통령 취임식을 엿새 앞둔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서 :지난달 15일에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110주년을 기념하는 태양절이 있었고 4월 25일에는 북한군 창건 90주년 기념일도 있었는데요.
양 :이런 기념일들을 계기로 북한의 7차 핵실험과 대규모 열병식이 예상됐는데 핵실험은 없었고 25일을 계기로 열병식은 진행됐습니다. 이번 열병식에는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불리는 '화성-17형' ICBM이 재차 등장했고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각종 탄도미사일들이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신형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위협적인 무기 자체보다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열병식 행사에서 육성으로 밝힌 북한의 핵교리, 즉 자신의 판단에 따른 선제 핵무기 공격이 가능하다는 발언이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직접 김정은 총비서의 당시 위협 발언을 한번 들어보시죠.
김정은 총비서 :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 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사용 기준, 이른바 ‘핵교리’를 억지 위주에서 탈피해 공격적으로 변경했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상당히 넓혀 놨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내부 체제위기 발생시, 또 외부의 정권교체 시도에 대해서도 김정은 총비서가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게 조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서 :김정은 총비서는 25일 발언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선제 핵공격 위협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양 :그렇습니다. 지난달 30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열병식을 지휘한 수뇌부를 격려하는 행사에서도 "적대세력의 핵위협에 대한 선제적 제압"을 재차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은 우리 국가와 인민의 안녕과 후손만대의 장래를 담보하는 생명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과거 2013년에도 "침략자들의 거점을 파괴하기 위해 선제적 핵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고, 2016년에도 "미국과 한국이 위협하면 선제적인 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면서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들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당시보다 현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이 월등히 진전됐다는 데 있는데요. 그 결과 북한의 대남, 대미 핵공격이 이제 어느정도 실제로 가능해졌기 때문에 그 위협의 무게가 최근에는 다르게 느껴진다는 지적입니다.
서 :만일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에 나서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또 추가 ICBM 발사시험에 성공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비공식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한층 더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양 :일각에서는 그것을 우려하고 있고 또 그 결과 특히 한국은 북한의 이른바 '핵인질' 상태에 상시적으로 놓이게 돼 앞으로 계속 북한의 '핵협박'에 시달리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대학교의 곽길섭 교수가 저희 방송에 한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곽길섭 교수 :자위적 수단이 아니고 이제 공격용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조건을 달았지만요. 한국이 북한에 대해 일종의 엇박자를 낸다면 북한이 과거 주장했던 서울의 주요 시설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북한의 최고 수뇌가 얘기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미국의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 분석관은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길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핵 협상에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와 관련해) 어쩔수 없이 양보할 수밖에 없도록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계속 고조시킬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서 : 미국 정부는 북한의 이런 위협성 발언에 어떤 대안을 내놓고 있습니까?
양 :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 미국이 현재 북한을 핵보유국을 인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하면서 일단 대북억제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미 국방부는 같은날 그나마 좀 더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실험 및 추가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대비한 대북 ISR, 즉 정보·감시·정찰 역량 강화 조치가 현재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서 :아무래도 지금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언제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인가인 것 같은데요.
양 :일각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좀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의 구체적인 추가 핵실험 날짜는 한국의 신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오는 10일 전후, 또 서울에서 21일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정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 :최근 여러 전문가들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복구 작업과 관련해 그곳을 찍은 위성사진들을 주시하고 있는데요.
양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의 경우 지난 2일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가 핵실험을 위해 복구되는데 앞으로 최소 몇주는 더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앞으로 핵무기 소형화를 위해 최소 2차례 이상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은 지금 소형 핵탄두를 만들길 원하는 데 이를 위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을 각각 실시해 최소 2차례의 핵실험을 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 전문가인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소형 핵탄두를 탑재한 전술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한 저위력 핵실험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 : 이제, 화제를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지난달에도 RFA 한국어서비스의 많은 기사들이 큰 주목을 받지 않았습니까?
양 :그렇습니다. 물론 4월에도 저희 좋은 단독 기사들이 많았지만 지난달에는 특히 저희 한국어서비스가 북한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다룬 심층 보도물이 미국에서 매우 권위있는 여성보도 관련 언론상 중 하나인 '그레이시 어워드(Gracie Award)'의 올해 라디오 외국어 부문 최고 작품으로 선정됐다는 아주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말 관련 기사를 작성했던 노정민, 천소람 기자는 당시 취재 과정에서 차별과 탄압에 억눌린 북한 여성들의 인권 의식에 변화가 느껴지기도 했다면서, 북한 여성이 겪는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서 :그렇군요. 양성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 지난 한달 간 RFA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다뤘던 주목할 만한 북한 뉴스들을 소개해드리는 양성원 기자의 '뉴스 하이라이트'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저는 서혜준이었습니다.
기자 양성원,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