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노동당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체제의 속성상 경제 파탄 책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새해를 맞아 내각의 상들을 대폭 물갈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보도한 데 따르면 금속공업상에 김태봉, 전력공업상에 허택, 철도상에 전길수, 임업상에 김광영이 각각 새로 기용되었습니다.
그 외 상업성, 재경성, 수산성 등 주요 내각의 간부들이 바뀐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북한의 공식 발표는 없었습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저희가 내각의 장관이라든가 이런 분들이 교체되는 것을 곧 바로 확인하는 것은 북한이 공식 발표를 하지 않기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인사명령을 내리지 않기 때문에 신문방송의 보도를 보고 쭉 확인을 해서 그때그때 확인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새해를 맞아 내각 간부들을 대폭 교체한 것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우리 사회주의 조국에 강성대국의 ‘문패’를 달아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경제적 쇄신을 위한 분위기를 잡기 위한 거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이번 신년공동사설에서 나온 여러가지 선행부분 문제라든가, 과거로 회귀하는 노력동원, 계획 강화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한다, 이런 차원이 하나 있겠고...”
인선된 간부들은 경제 전문가들이긴 하지만, 현재 당과 국가의 요직을 차지한 핵심 계층과 학연이나, 인맥으로 엮여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동용승 박사는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노동당의 경제 논리와 경제 실무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기 때문에 이 간부들이 경제 활동을 독자적으로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제관료 출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전 체코주재 신발합영회사 사장 출신 김태산 씨의 말입니다.
“이번에도 경공업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켜서 인민들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세웠는데, 그렇게 해결하겠다고 했으면, 거기에 알맞는 어떤 재정적 지원 사업이라든가, 국가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세워주지 않고, 우리 경제 일꾼들한테 내리먹이는거예요. 북한의 경제 일꾼들은 재정적으로 국가 돈을 한 푼도 가진 게 없고, 경제를 자기 마음에 맞게 관리 운영할 권한도 가지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북한 경제 일꾼들은 당의 경제정책을 집행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지고 또 바뀌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고 김태산 씨는 말했습니다.
북한 경제 일꾼들은 김정일이 낸 경제파탄의 책임을 대신하는 희생물에 불과하다고 다른 경제관료 출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경제 전문가로 알려졌던 김달현 부총리는 1992년 서울을 방문하고 돌아가 공장 지배인으로 좌천되었다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고, 박봉주 전 총리도 자본주의 요소를 일부 도입한 ‘7.1 경제개선 조치’를 받아들였다가 실패하고 공장 지배인으로 강등됐습니다.
노동당과 군부의 간부들이 ‘장수’하는 반면에 북한에서 경제 관리들은 ‘단명’에 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