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
북한과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양국의 친선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지도부의 정치적 수사일 뿐 일반 주민들의 의식은 크게 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중국 조선족 사업가 이 모 씨는 최근 중국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서 북한 내각의 고위급 인사를 만난 후 매우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중국에 대한 북한 당국자들의 이중적인 태도에 할 말을 잊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 씨가 만난 북측 인사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각종 원조는 세계 최강국 미국으로부터 우리가 중국을 보호해주는 당연한 대가”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를 내세웠다는 겁니다. 이 인사는 또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원조에 북한이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했다는 얘깁니다.
이 씨는 이 북한인사가 상당한 고위급 간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주장이나 선전용 발언으로 볼 수 없다며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분개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의 중국의 원조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주는 예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인식은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전언도 있습니다.
친척 방문차 중국을 방문한 황해도 주민 김 모 씨는 “중국의 원조는 북한으로부터 더 큰 것을 가져가려는 미끼일 뿐이고 우리가 미국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고 서슴없이 말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또 이것이 자기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평양에 살다가 얼마 전 중국으로 이주한 북한 화교 장 모 씨도 “미국의 원조를 받는 남한 경제가 북한보다 발전한 것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원조가 형편없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주민들 속에 팽배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장 씨는 “이런 인식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의 선전선동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내부 주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걸핏하면 미국의 경제제재를 탓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중국 탓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장 씨의 말입니다.
반대로 북한을 바라보는 일반 중국인들의 시선에서도 호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국의 유력한 연구기관이나 언론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잘 반영해주고 있습니다. 비공식적인 조사이기는 하지만 지난여름 중국의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끊임없는 중국의 원조에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나라,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골치 아픈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나마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동북 3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을 제외하면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북-중 양국 주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인식과 감정은 우호와 혈맹관계를 강조하는 최고 지도부와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알 친선’이라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