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으로 부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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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라는 말이 정치색이 너무 강하고 어둡다는 이유로 남한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새터민이라는 용어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급기야 용어 사용의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서울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탈북자 림일씨는 지난 2005년 통일부가 탈북자라는 말 대신에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상당히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림일: 새터민이라는 게 그게 좀 이상하더라구요. 그게 정확히 맞는 말 같지 않고...

새터민이라는 용어가 왜 탈북자를 대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단 겁니다.

림일: 말 뜻을 표현하면 새로운 터전에 왔다는 건데.. 그러면 남한 사람들한테 묻고 싶은 게 경상도에서 서울 올라와도 새터민이 돼야 되겠네요?

갈등을 빚고 있는 새터민이라는 용어는 지난 2005년 1월 남한의 통일부가 4개월간의 검토 작업을 거친 끝에 그 사용을 결정한 것입니다.

당시 통일부는 탈북자라는 “어두운 느낌”의 용어 대신에 “밝은 느낌”을 갖는 새로운 용어를 찾아 달라고 자문회의에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채택된 용어가 새터민이었다고 전문가로 참석했던 국립국어원의 최용기 박사가 설명했습니다.

최용기: 새로운 터전에서 새 삶을 찾아가는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그런 뜻이거든요.

하지만 정작 탈북자들은 그 이후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이게 새터민이라는 용어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북한민주화위원회> 강철환 부위원장이 밝혔습니다.

강철환: 대부분 탈북자들이 새터민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에요. 왜냐면 마치 화전민 비슷하게... 먹고 살기 위해서 이주한 듯한... 정치적인 의미는 모두 배척이 되고...

강철환 부위원장은 정작 새터민이라는 용어 때문에 남한 사람들의 탈북자들에 대한 생각이 더 나빠졌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강철환: 통일부가 이런 걸 배려하는 듯이 이야기 했지만, 사실은 이것 때문에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아주 안 좋아졌어요. 마치 이등 국민, 정말 못 먹고 못사는 사람들...

그래서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새터민 대신 원래 이름인 탈북자라는 용어를 되찾겠다고 나섰습니다.

16일 북한민주화위원회는 새터민의 사용을 중단하도록 해달라는 탄원서를 통일부에 제출하면서 그 이유로 김정일 정권을 반대하는 ‘탈북’의 의미를 무시한 채 단순 이주민을 의미하는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철환 부위원장은 탈북자들이 굳이 싫다는데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통일부가 고집할 필요가 있겠냐면서 만약 통일부가 탈북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탈북자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철환: 만약 반대한다면 우리도 가만있을 수 없지요. 전체의 서명을 받아서 서명을 다시 제출을 해야지요.

통일부는 지난 96년에도 탈북자라는 용어를 대체하겠다면서 “북한 이탈 주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새터민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내놓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탈북자들의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탈북자 만명 시대. 이제 탈북자들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목소리를 낼 정도로 남한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서울-박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