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동 사설 확대 해석 말아야”

북한이 2009년 신년 공동 사설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을 삼가고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데 대해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그 의미를 확대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관영 매체를 통한 신년 공동 사설에서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하면서 이례적으로 미국에 대한 비난을 삼갔습니다. 특히 올해 사설에는 북한 측이 자주 주장했던 주한 미군의 철수 요구도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AP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에 새로 취임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면서 미국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많은 남한 전문가들도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을 삼간 것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신년 공동 사설을 통해 북한의 의도를 확대해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의 말입니다.

Klingner: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추진하던 협상 상황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태도가 더 강경하다면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일 것입니다.

과거 2008년 이명박 남한 정부가 들어서기에 앞서 북한은 신년 사설에서 남한에 대한 비난을 삼갔지만 남한이 북한의 뜻대로 대북 정책을 취하지 않자 남한 정부를 격렬히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북한은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클링너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도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의미는 남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이며 핵무기를 비롯한 첨단 무기를 반입할 수 있는 주한 미군의 철수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Niksch: 북한은 남한에 있는 군사력 대부분이 이른바 북한에 대한 ‘핵위협(nuclear threat)’을 구성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이러한 핵위협을 제거하는 것으로 주한 미군을 거의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감소할 필요가 있고 군사 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해 최첨단 무기를 남한 내나 한반도 주변으로 들여오는 행위도 중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닉시 박사는 북한이 힐 차관보를 통해 미국 측에 군사 당국 간 회담을 원한다고 밝힌 것도 그들이 말하는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신년 공동 사설에서 주한 미군과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이 그동안 견지해 오던 입장이 변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닉시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아시아 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도 북한이 이번 신년 공동 사설에서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지 미국의 새 정부와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언급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장기적인 최종 목표를 밝힌 것이며 앞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핵과 관련한 협상이 순탄하게 전개될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