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교착 지속되면 회담 유용성 의문제기

북한 핵문제가 계속 교착상태에 머문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들의 유용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미 국무부가 ‘2004 회계연도 업무평가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제전략문제 연구소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조엘 위트(Joel S. Wit) 선임연구원은 이 내용을 두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평화와 안보 가장 비중 있게 다뤄져

미 국무부는 매년 업무평가 보고서를 발표해서 미국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국무부가 주어진 사명에 맞게 업무를 수행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2004 회계연도 업무평가 보고서’는 미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보다 안전하고 민주적이고 번영된 세계를 이룩한다는 사명아래 네 개의 장기 전략목표를 설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평화와 안보를 달성하는 일’이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 장기목표의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세계 각 지역의 안정과 테러와의 전쟁,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미국의 국토안보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핵개발계획과 미사일 문제를 동북아시아 지역안정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등의 분야에서 주요 업무 수행 목표로 지목했습니다.

교착상태 지속되면 회담의 유용성에 의문 제기

보고서는 먼저 남한과 일본, 러시아, 중국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핵 폐기라는 목표에 있어서 미국정부와 뜻을 같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나라로서 핵확산 금지조약에 계속 가입하게 한다는 당초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로 가는 과정들을 담은 실행계획을 미국이 제안했지만, 북한은 여기에 대해 논의하려 들지도 않고 자기 나름의 제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만약 북한 핵문제가 계속해서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양자회담이나 다자회담의 유용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외교정책 발표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아

남한 언론들은 20일 특히 이 내용을 두고 미국이 공식문건을 통해 북한에게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있을 수 있는 결과를 경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제전략연구소의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미 국무부의 연례 업무평가 보고서에 나와 있는 일부 내용을 가지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 관리로 연례 업무평가 보고서 작성에 직접 관여했었던 위트 연구원은 이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주요 외교정책을 발표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That's not a place where the US government would make a significant policy statement."

핵문제 교착으로 미사일 문제도 진전 없어

위트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계속해서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양자회담이나 다자회담의 유용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보고서 내용은 타당한 지적이라면서, 협상에 전혀 진전이 없다면 회담을 계속할 이유가 어디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종식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은 협상을 하겠다는 진지한 약속과 아울러 북한에 대해 더욱 강력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열어두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의 ‘2004 회계연도 업무평가 보고서’는 북한 핵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여파로 미사일 문제까지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계속해서 중단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관련 수출 활동은 전에 비해 조금 줄어드는데 그쳤다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김연호기자